Introduction
국내에서는 유전자변형(Genetically modified, GM) 작물을 아직까지 재배하고 있지 않지만, 식품, 사료 및 가공용으로 많은 양을 수입하고 있다. GM 콩(Glycine max (L.) Merr.)은 주로 식품용으로 미국과 브라질로부터 수입하고 있는데 지난 2008년부터 현재까지 매년 700,000톤 이상을 수입하였으며, 수입량이 최근에 증가하여 2015년에는 총 1,029,000톤이 수입되었다(Korea Biosafety Clearing House, 2016). 식품용 또는 사료용으로 수입 승인을 받은 GM 콩 이벤트는 후대교배종을 포함해 모두 23종이며, 대부분 제초제 저항성을 신규 형질로 갖고 있다. 국내에서 콩의 형질전환은 벼, 감자, 고추, 배추 등에 비해 다소 늦게 시작되었는데, 현재 가뭄과 염분과 같은 환경스트레스(Seo et al., 2012), 병해충(Nam et al., 2016), 바이러스(Kim et al., 2016) 또는 제초제 (Kim et al., 2010b)에 대해 저항성을 갖는 GM 콩이 개발되어 있다.
생물다양성과 인체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유전자변형생물체의 잠재적인 영향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하여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은 2000년에 바이오안전성의정서를 채택하였으며, 국내에서는 이행법인 “유전자변형생물체의 국가간 이동 등에 관한 법률”을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수입되는 GM 작물과 국내에서 개발된 GM 작물은 모두 이 법률 및 법률의 통합고시에 따라 생물다양성(인체와 환경)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에 대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GM 작물의 잠재적 위해 영향 중 하나로 지목 받고 있는 것은 잡초화(야생화) 가능성이다. GM 작물이 자연생태계에 침입하여 생태계를 교란하거나 경작지에서 자생식물(volunteer)로 지속적으로 출현해 작물의 수확량을 감소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예측하기 위해서는 식물의 여러 특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토양에 묻힌 종자의 활력이 길거나, 비경작 환경에서 발아하고 생장 및 번식하여 개체군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경우 잡초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GM 작물의 잡초화 가능성 평가 연구는 제초제저항성 GM 벤트그래스(Agrostis stolonifera L.) (Hancock et al., 2015), 혹명나방 저항성 GM 벼(Oryza sativa L.) (Lee et al., 2009), 비타민 A 강화 GM 벼(Lee et al., 2011) 등의 작물에서 종자를 토양에 묻고 활력을 유지하는 기간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었고, 해충저항성 Bt 목화(Eastick and Hearnden, 2006)와 제초제저항성 GM 유채(Crawley et al., 2001), 환경스트레스 내성 GM 감자(Kim et al., 2010a)의 비경작 환경에서 지속성에 관한 연구도 있었다.
콩은 일반적으로 종자 휴면 특성이 거의 없고, 다른 식물과 경쟁을 잘 하지 못하므로, 잡초로서의 특성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보고되었지만(OECD, 2000), 아직까지 실험 결과로 제시된 것은 없다. 이 연구는 국내에 수입되는 GM 콩 종자가 운반 과정에서 환경에 비의도적으로 방출되었을 때, 또는 국내에서 개발된 GM 콩 종자가 수확 전 또는 수확 과정에서 비의도적으로 방출되었을 때를 가정하여 수행하였다. 토양에 GM 콩 종자가 묻혔을 때 활력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과, 토양에 떨어진 종자가 영양생장과 번식에 성공하여 개체군을 지속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조사하였다.
Materials and Methods
실험재료
실험에 사용된 형질전환 콩(Glycine max (L.) Merr.)은 모계통인 Bert-4-3에 Agrobacterium tumefaciens strain CP4로부터 유래한 EPSPS (5-enolpyruvylshikimate-3-phosphate synthase) 유전자를 도입하여 개발한 것이며, 글리포세이트(glyphosate)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을 갖는다(Kim et al., 2010). 이 형질전환 콩에는 bar 유전자가 선발표지유전자로 함께 도입되어 있어서 글루포시네이트(glufosinate) 제초제에 대한 저항성도 나타낸다. 참조품종으로 사용한 대원콩과 태광콩은 충북농업기술원으로부터 분양 받은 뒤 증식하여 사용하였다. 밭 잡초인 야생 돌콩(Glycine soja Siebold & Zucc.) 2계통(IT236798, IT241179)은 국립농업과학원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분양 받은 뒤 증식하여 사용하였다. 재배 콩과 근연종이면서 잡초인 돌콩의 형질을 비교하면 GM 콩의 잡초화 가능성을 예측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종자의 월동성 검정
콩과 돌콩 종자의 최초 활력을 검정하기 위하여 25°C에서 24시간 동안 종자를 최아시켰다. Petri dish (직경 150 mm) 안에 여과지 2장을 깔고 종자 50립을 서로 겹치지 않도록 치상한 뒤 위에 여과지 1장을 덮었다. Petri dish를 25°C, 16시간 광주기로 설정된 multi-room growth chamber에 넣고 10일간 발아율을 조사하였다. 10일 째 까지 발아되지 않은 종자는 사포를 이용하여 종피에 상처를 낸 후 다시 10일 동안 발아율을 조사하였다. 최종적으로 활력종자(발아종자, 경실종자, 팽창종자)와 비활력 종자(썩거나 부패한 종자)의 수를 세고, 총 종자 수 중 활력종자 수의 비율로 종자활력(%)을 계산하였다. 전체적인 종자발아 실험방법은 ISTA (2010)의 종자검사요령을 참고 하였다.
포장실험은 충북 청주시 오창읍 한국생명공학연구원 LMO 격리포장에서 실시하였다. GM 콩, 모계통, 참조품종(대원콩, 태광콩) 및 돌콩(IT236798, IT241179) 종자 각 50립을 고압멸균한 모래 25 cm3와 섞어 각각의 종자주머니(seed bag)에 담은 뒤 밀봉하였다. 종자주머니는 흰색 폴리에스테르 재질로 제작하였고, 크기는 5 cm× 5 cm (mesh 크기: 0.2 mm)이었다. 격리포장에 30 cm × 30 cm 크기의 방형구를 240개 설치하였으며, 2015년 9월 24일에 콩과 돌콩 각 계통별로 준비한 종자주머니를 토양 2 cm 또는 15 cm 깊이에 각각 묻었다. 종자 주머니는 매몰한지 1, 2, 6, 10개월 후에 수거하였다. 실험은 4반복 난괴법으로 실시하였다.
수거한 종자주머니는 실험실로 운반한 뒤 개봉하여 내용물을 눈금 1.1 mm 체로 쳐 종자와 모래를 분리하였다. 종자를 수돗물로 씻은 뒤 경실 종자를 분리하였다. 분리한 경실 종자는 10% NaOCl 용액으로 10분간 소독한 뒤 위에 기술한 종자의 활력 검정 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활력을 조사하였다.
자연 환경에서 GM 콩의 지속성
2015년 9월에 LMO 격리포장에 1 m × 1 m 크기의 실험구를 1 m 간격으로 24개 설치하고 난괴법 4반복으로 배치하였으며, 각 실험구 둘레는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방초 매트를 덮었다. 각 실험구의 초기 환경을 동일하게 만들기 위하여 실험 전에 전체 실험구를 경운하여 식물체를 모두 제거하였다. 2015년 9월 24일 각 실험구에 계통 별로 100립의 종자를 뿌리고, 2주 동안 실험구 전체를 방조망으로 덮어 조류의 접근을 차단하였다. 파종 후 4주째부터 2주 간격으로 출아한 콩과 돌콩의 수를 세었고, 각 식물체마다 고유번호가 적힌 노란색 끈을 묶어 표시하고, 식물의 생장단계를 VE(출아기), VC(초엽기), V1(제1본엽기), R1(개화 시작) 등으로 구분하여(Wright and Lenssen, 2013), 각 단계별로 개체 수를 조사하였다. 또한 1개월 간격으로 실험구에 출현하는 모든 식물 종의 피도, 밀도 및 빈도를 조사하여 상대피도 (%), 상대밀도 (%) 및 상대빈도 (%)를 구하고, 중요치 [importance value, (상대피도 + 상대밀도 + 상대빈도) / 3]를 산출하였다.
실험 기간 동안 잡초와 병해충 관리, 관수 등 인위적인 관리를 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여 콩과 돌콩의 비경작 환경, 즉 잡초와 경합하고 병해충으로부터 피해를 입으며, 환경스트레스를 받는 환경에서의 생존과 지속성을 살펴보았다. 실험기간 동안의 기온과 강수량의 변화는 포장 내에 설치된 자동기상측정장치(ENCOSYS, Korea)를 통해 측정하였다. 실험 기간 동안 평균 기온은 2016년 1월에 -2.3°C로 가장 낮았고, 2016년 8월에 27.0°C로 가장 높았다 (Fig. 1). 총 강수량은 986.0 mm 였으며, 월간 강수량은 2016년 7월에 357.0 mm로 가장 많았다. 실험 장소의 토양은 중성의 사양토였다.
통계분석
콩과 돌콩의 계통에 따른 생장단계별 개체 수의 차이는 2015년에는 일원분산분석(1-way ANOVA)으로, 돌콩 2계통만 출아한 2016년에는 t-검정으로 분석하였다(p < 0.05). 통계분석은 STATISTICA 통계 패키지(Version 8.0, StatSoft Inc., USA)를 이용하였다.
Results and Discussion
토양에 묻힌 종자의 활력 변화
토양 2 cm 깊이에 묻힌 뒤 1개월 후 대원콩 종자는 토양 내에서 발아하거나 부패하여 모두 활력을 잃었으며, GM 콩, 모본, 태광콩은 1.5% 이하의 활력만 나타내었다(Fig. 2). 2개월, 6개월 및 10개월 후에는 GM 콩, 모본, 태광콩 및 대원콩 모두 활력을 가진 종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돌콩 종자는 매몰 1개월 후에 IT236798과 IT241179가 각각 24.0%와 33.5%의 활력을 나타내었고, 6개월까지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10개월 후에 각각 19.0%와 9.5%로 감소하였다.
토양 15 cm 깊이에 묻힌 뒤 태광콩 종자는 1개월 이내에 활력을 모두 잃었으며, 대원콩은 1개월까지만 0.5%의 활력을 유지하였다(Fig. 2). GM 콩과 모본은 2개월 뒤에 0.5%의 활력을 나타냈지만 6개월과 10개월 후에는 활력을 가진 종자가 발견되지 않았다. 돌콩 종자는 매몰 1개월 후에 IT236798과 IT241179가 각각 29.0%와 26.0%의 활력을 나타내었고, 6개월까지는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10개월 후에 각각 8.0%와 14.0%로 감소하였다.
잡초와 경합하는 환경에서 콩과 돌콩의 생존
2015년 9월에 콩과 돌콩 종자를 100립씩 지표면에 뿌린 뒤 같은 해 11월까지 콩과 돌콩이 각 실험구에서 출아하여 초엽기까지 자랐지만, 이후 기온이 급속히 낮아져 모두 고사했다(Table 1). 분산분석 결과 2015년 콩과 돌콩 계통간에 각 생장단계별 개체 수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2016년에 GM 콩, 모본, 대원콩 및 태광콩 실험구에는 새롭게 출아한 식물체가 없었다. 반면 돌콩은 IT236798과 IT241179 실험구에 각각 5.3개와 5.5개의 식물이 5월부터 출아하여 영양생장기를 거친 뒤 개화기까지 생존하였다(Fig. 3,Table 1). 돌콩은 일년생 식물이므로, 2015년에 자라났던 식물체가 월동 후에 다시 자라난 것은 아니며, 2015년에 발아하지 않은 종자 중 일부가 2016년에 발아하면서 성체로 자란 것으로 판단된다.
실험 기간 동안 전체 실험구 안에는 총 16종의 잡초가 출현하였는데 유럽점나도나물(Cerastium glomeratum), 뚝새풀(Alopecurus aequalis var. amurensis), 냉이(Capsella bursa-pastoris), 망초(Conyza canadensis), 쇠별꽃(Stellaria aquatica)과 개망초(Erigeron annuus) 순으로 중요치가 높게 나타났다(Fig. 4). 2015년 10월에 콩과 돌콩이 가장 먼저 출아하여 중요치가 가장 높게 나타났지만, 11월부터 잡초가 출현하면서 콩과 돌콩의 중요치는 크게 감소하였다. 2016년에 콩 실험구에서는 잡초만 관찰되면서, 콩의 중요치는 변함이 없었지만, 돌콩 실험구에서는 5월부터 중요치가 증가하였고, 7월부터 더욱 급격히 증가하여 8월에는 실험구 내 다른 식물보다 중요치가 더 높게 나타났다. 돌콩은 이와 같이 다른 식물과 경합하여 충분히 생존과 생장이 가능하지만, 콩은 자연 환경에 유입되었을 경우 개체군을 유지하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
경작지를 벗어난 환경에 유입된 GM 콩과 모본 및 참조품종 콩의 종자는 모두 6개월 이내에 종자의 활력을 잃었으며, 일부 출아된 개체 또한 기온의 변화와 잡초와의 경합으로 생존하지 못했다. 반면 야생 근연종인 돌콩은 종자의 활력이 조사 기간 동안 지속되었고, 다른 잡초와 경합하는 환경에서도 생존 및 생장이 가능했다. 따라서 수입되거나 국내에서 개발되고 있는 제초제저항성 GM 콩이 환경에 유입되더라도 잡초화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수입 GM 작물의 모니터링의 중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시점에서(Han et al., 2016), 이 연구 결과는 모니터링 전략 수립을 위한 기초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