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고고유적지에서는 토기, 금속 등 유물뿐만 아니라 사람 뼈와 동물뼈 같은 생물 유체도 출토되지만 분석 대상으로의 인식의 재고가 이뤄진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최근 들어 발굴조사 과정부터 동물 유체 자료를 체계적으로 기록하고 분석을 수행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형태학적 분석, 화학적 분석, 생물학적 분석, 화석 환경학적 분석 등 융복합적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추세이다. 출토된 동물뼈 분석을 통해 우리 조상들의 삶에 가까이 있던 동물의 종을 확인할 수 있으며, 종의 다양성과 비율 등 출토 양상을 알아볼 수 있고 동물 유체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동물자원으로 이용된 현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식량원으로서의 동물자원 소비는 가장 중요한 이용 목적 중 하나이기 때문에(Cho, 2017) 고고학에서는 야생동물 사냥에서 가축 사육화로의 전환 시기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한 연구 주제이다. 이와 같은 이유로 사슴, 소, 돼지 등의 주 단백질 공급원 동물군이 주로 출토되고 있는데, 특히 소(한우)의 경우 기원전 3,000년부터 한반도의 토종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Lee et al., 2014; Kwon et al., 2020).
뼈 시료의 경우 뼈의 유기물 구조 사이에 광물이 치환되어 미세구조 변화에 따른 결정화(crystallinity)가 생기는데, 이는 뼈의 내부 구조는 잘 남아있을 수 있지만 유기물 분석(DNA, 탄소, 질소 안정동위원소 분석 등)에는 적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Surovell and Stiner, 2001; Kang et al., 2014).
특히, ancient DNA (aDNA)는 오랜 시간 매장되어 있는 동안 손상되어 절편화된 상태로 존재하며 주로 매우 미량 잔존해 있기 때문에 회수가 어렵다. 또한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modern DNA에 대한 오염에 매우 취약하고 손상된 DNA 양이 많으면 분석 오류도 증가하므로 생물 고고학에 있어서 DNA 데이터가 신뢰성을 얻을 수 있도록 엄격한 기준이 제시되고 있다. Modern DNA는 실험실 내부와 외부에 만연하기 때문에 매우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 aDNA 실험은 modern DNA 실험을 하는 곳과 분리된 실험실에서 DNA 추출과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을 준비해야 하며 실험 장비에는 bleach 처리를 하고 전체 시설에는 UV 조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aDNA 실험실에서는 방진복과 마스크, 장갑, 방진화를 착용하고 실험을 진행하여야 한다. 이 외에도 실험할 때 음성대조군 시료를 함께 수행하고 일반적으로 짧은 DNA 조각의 증폭을 이용한 분석이 권장된다. 무엇보다 분석의 재현성 확인을 위해 두 명 이상 연구자의 결과가 일치하는 것이 데이터의 신뢰도를 높여준다.
본 연구는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동물뼈 중 12점을 선별하여 종을 확인하기 위해 분자생물학적 실험을 적용한 사례이다.
Materials and Methods
분석대상
김해 봉황동 유적은 금관 가야(42 - 532년)의 도성과 왕궁으로 추정되는 지역으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에서는 왕궁에 대한 실증적 자료를 확인하고, 유적지 복원·정비를 위한 고증자료 확보를 위해 2015년 9월부터 봉황대 구릉 북동편 평탄진 일대(김해시 봉황동 312번지 일대)에 대한 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구역에서 가야 시기의 각종 건물지, 수혈 유구, 소성 유구 등이 확인되었으며, 일상 용기에서부터 의례 용품 및 생산 관련 유물까지 다양하게 확인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물 유체와 패각류, 종실류 등 자연 유물도 출토하고 있다(Gaya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2018). 이 중 동물 유체로 추정되는 뼈 시료 12개체를 선별 후 분자생물학적 연구를 적용하여 해당 동물의 종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본 연구에 사용된 시료는 Fig. 1과 같다.
전처리
치과용 핸드피스(dental handpiece)와 다이아몬드 디스크(diamond cutting wheel disc)를 사용하여 시료 일부를 채취하였으며, 안쪽과 바깥쪽 표면을 버(burr)로 약 1 - 2 mm 연마하여 표면의 오염물질을 제거하였다. 채취한 시료의 표면 오염물과 핵산 오염물 제거를 위해 6 - 7.5% 차아염소산나트륨 수용액(sodium hypochlorite, Sigma-Aldrich Inc., St. Louis, MO, USA)를 3분간 처리한 후, 3차 증류수로 2회 이상 세척하여 무균 작업대에서 24시간 이상 자연 건조하였다. 건조된 시료의 앞·뒷면을 각 15분간 자외선(UV) 조사하였으며 극동결분쇄기(Freezer Mill 6770, SPEX SamplePrep, Metruchen, NJ, USA)를 사용하여 분말 상태로 제조하였다.
실험에 사용되는 튜브(tube)와 피펫 팁(pipette tip) 등의 소모품은 고압 멸균 처리하여 사용하였고 시약은 EMD Millipore Vacuum Filter Unit (Merck Millipore, Billerica, USA)로 필터링하여 UV 조사 후 사용하였다. 실험 과정에서의 오염 여부 판단과 결과의 재현성을 위해 2명의 연구원이 동일 실험을 진행하여 결과를 비교하였다.
aDNA 추출
실리카 컬럼(silica-based membrane)를 이용한 DNA 추출법은 Yang 등(1998)이 제시한 방법을 활용하였으며 일부 개선하였다. 분말 시료 약 0.4 - 0.5 g 정량하여 0.5 M EDTA (pH 8.0, Promega, Madison, WI, USA) 5 mL, 10% SDS solution (InvitrogenTM, Carlsbad, CA, USA)과 20 mg·mL-1 proteinase K (Thermo Fisher Scientific, Vilnius, Lithuania)를 첨가한 후, 55℃에서 약 48시간 동안 교반하여 탈칼슘화 반응을 유도하였으며 이때, 음성대조군(negative control)도 함께 수행하였다. 용해된 시료를 4,000 rpm에서 5분간 원심분리하고 상층액을 새로운 튜브로 수거한 뒤, 분리된 상층액의 5배 양의 Buffer PB (QIAGEN, Hilden, Germany)를 첨가하였다. 이 혼합액을 High Pure filter column (Roche, Mannheim, Germany)을 사용하여 여과하고 Buffer PE (QIAGEN, Hilden, Germany) 700 μL로 세척하였으며 세척 과정은 두 번 반복 진행하였다. 그 후 column의 membrane에 남아있는 잔여 에탄올을 줄이기 위하여 10,000 rpm에서 1분간 원심분리 후 5분간 자연 건조하였고 D.W. 100 μL를 첨가하여 DNA를 추출하였다. 추출된 DNA는 새로운 튜브에 옮겨 -40℃에서 보관하였다.
aDNA 증폭 및 시퀀싱
동물의 종 확인을 위해 100 - 500 bp 사이의 종 특이적 primer를 선별하여 사용하였으며 염기서열, melting temperature (Tm) 값 등 primer 정보는 Table 1과 같다. 각 시료의 DNA에 AmpliTaq Gold DNA Polymerase (Applied Biosystems, Foster, CA, USA) 2.5 units, 10 pmol primer pairs 1.5 μL, Gold ST*R 10X buffer (Promega, Madison, WI, USA) 2.5 μL를 첨가하고 3차 증류수를 사용해 최종 25 μL로 PCR 혼합물(mixture)을 만든 후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수행하였다. 돼지, 사슴, 소를 검출하기 위한 PCR은 유전자 증폭기(Veriti thermal cycler, Applied Biosystems, Foster, CA, USA)를 사용하여 95℃에서 11분 initial denaturation 후, 95℃에서 20초 denaturation, 59℃에서 30초 annealing, 72℃에서 30초 extension 과정을 40회 반복하였으며, 72℃에서 7분간 last extension 시켰다. 멧돼지 mtDNA 증폭을 위한 PCR 반응 조건은 95℃에서 11분 initial denaturation 후, 94℃에서 24초 denaturation, 50℃에서 30초 annealing, 72℃에서 90초 extension 과정을 45회 반복하였으며, 72℃에서 7분간 last extension 시켰다.
PCR 증폭 후 시료는 자동전기영동장치(HDA-GT12, eGENE Inc., Irvine, CA, USA)를 통해 유전자 증폭 산물 밴드의 생성 유무와 크기를 확인하여 Exo-SAP-IT (Thermo Fisher Scientific Inc., Waltham, MA, USA)으로 정제한 다음, 염기서열을 분석하였다. 최종적으로 종 동정을 위한 염기서열 상동성 비교는 NCBI (National Center for Biotechnology Information) GenBank database의 BLAST Program을 이용하여 확인하였다.
Results and Discussion
종-특이적 primer를 이용한 고고시료의 종 동정
aDNA 분석은 오염에 매우 취약하므로 실험 단계에 따라 전처리실, 양압 시설과 헤파필터가 설치되어 있는 DNA 추출실, DNA 증폭실과 Post-PCR실을 철저하게 분리하여 수행하였다. 유전자가 손상되어 절편화된 aDNA의 특성을 고려하여 PCR 산물의 크기가 100 - 500 bp 사이로 설계된 primer를 선별하여 DNA 증폭에 사용하였다. 또한, DNA 추출 과정과 증폭 과정에서의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매 실험마다 음성대조군을 포함하였다.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동물뼈 12점을 대상으로 멧돼지, 사슴, 소 등 3종류 동물의 종-특이적 염기서열로 제작된 primer를 사용하여 PCR 증폭 후 생성된 증폭 산물(PCR products)을 통해 종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출토 당시 수행된 형태학적 동정 결과를 토대로 멧돼지와 사슴을 우선 적용하였으며 고고유적지에서 출토 비율이 높은 소를 추가로 분석하였다.
멧돼지, 사슴, 소의 종 특이적 primer를 사용하여 PCR 증폭한 결과, 11개체의 시료에서 예상 사이즈에 밴드가 생성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에 따른 결과를 Table 2에 정리하였다. 타깃 사이즈에 밴드가 생성된 것은 [+] 표시로, 비생성된 것은 [-]로 표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동정된 동물을 나타냈다.
Table 2. The results of species identification in this study. |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 ND, not determinated. |
1번과 2번 시료는 각각 멧돼지, 사슴으로 확인되어 형태학적 분석 결과와 일치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1번 시료의 경우 멧돼지와 돼지 특이적 primer를 사용한 PCR 반응에서 모두 밴드를 확인할 수 있었다. 3번 시료의 경우, 형태학적 분류는 사슴이었지만 소 검출 반응에서만 증폭이 확인되므로 소로 판단된다. 4, 5, 6, 7, 9, 10, 11, 12번 시료는 사슴으로 확인되며 8번 시료의 경우 멧돼지, 소, 사슴 특이적 primer를 사용한 PCR 분석에서 DNA 증폭이 되지 않았기에 종 확인이 불가하였다. 음성대조군에서는 증폭 산물이 생성되지 않았으므로 DNA 추출 과정 혹은 증폭 등 실험 과정에서의 오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할 것으로 판단된다. 또한, Park 등(2012)의 연구에서 유사종에 대한 비특이적 PCR 산물의 생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소, 돼지, 양, 염소, 사슴, 말 등을 유사종 집단으로 구분하여 PCR 분석을 한 결과 교차반응에 대한 비특이적 밴드가 나타나지 않았으므로 본 연구 결과는 각 시료가 지닌 DNA 유전정보에 따른 종 동정 결과로 사료된다.
고고유적에 대한 생물고고학의 적용
발굴된 동물뼈에 대한 연구결과는 특정 종의 존재를 확인하고 당시 이용된 동물의 양상 파악, 동물자원으로 이용된 현황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 최근 Kim (2020)에 의하면, 월성 해자유적에서 곰 뼈 일부가 출토되어 문헌 속 곰 가죽 이용 사례가 확인되었으며 발해 고고유적 출토 동물 유체의 분석을 통해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한 식용 목적뿐만 아니라 가죽, 뿔과 뼈를 가공하여 이용한 것을 밝혀냈다(Kim and Stoyakin, 2019). 이와 같은 연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출토된 동물 유체는 당시 문화와 생활상을 유추하는 데 뛰어난 재료임이 틀림없다.
과거 고고유적지에서 출토되는 동물뼈는 일반적으로 형태학적 분석을 통해 식별되었지만, 현재에 이르러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적용한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Kim et al., 2006; Kang et al., 2007). 본 연구에서는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동물뼈를 대상으로 DNA 분석 기술을 적용하여 동물의 종을 알아보고자 하였고 이와 더불어 유적지에서 발굴되는 생물 유체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적용성을 검토하였다. 그 결과, 멧돼지 1점, 소 1점, 사슴 9점으로 확인되었으며 이는 주 단백질 공급원인 포유류과 동물이다. 초기 철기-원삼국 시기의 생계 경제 양상을 살펴보면, 동물성 식료의 대부분을 야생 사슴 사냥으로 충당하고 야생 멧돼지도 일정량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난다(Lee, 2012). 게다가 가축 사육에 요구되는 비용과 가축 사육으로 야기되는 동물 질병의 발생, 주거 지역의 위생 악화 등 다양한 문제점 때문에 당시에는 자연환경적 조건에서 멧돼지나 야생 사슴 등을 사냥하는 것이 용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Lee, 2012). 이와 같은 이유로 1번 시료의 경우, 멧돼지와 돼지 종-특이적 PCR 반응에서 모두 검출되었지만 멧돼지(wild boar, Sus scrofa) 일 확률이 높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 본 유적의 사례를 통해 DNA 분석을 이용한 고고유적지 출토 동물 유체에 대한 종명 분석의 가능성이 확인되었다. 향후 동일 유구에서 출토된 더 많은 개체를 대상으로 분자생물학적 기술을 적용하여 동일 개체를 분류한 후, 고고학적 자료와의 비교 검토를 통해 체계적인 결과 도출이 필요하다.
Conclusion
최근까지도 도토기, 금속, 장신구 등의 출토 유물만이 발굴 보고서에서 주로 다뤄지고 있는 상황이며 사람 뼈나 동물뼈와 같은 생물 유체에 대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동물 유체와 식물 유체의 분석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는 고고학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고고유적지에서 분자생물학적 분석을 통해 출토 유물에 대한 정보 제공이 가능하다는 것을 제안하고자 동물뼈를 대상으로 종 확인 연구를 시작하였다.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출토된 동물뼈 12점을 선별하여 종 특이적 primer를 이용한 DNA 분석 결과 멧돼지 1점, 소 1점, 사슴 9점 등 총 11점의 종 검출에 성공하였다. 사슴의 경우에는 추가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하여 9점이 동일 개체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토질은 약산성으로 토양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활발하게 일어나며 동물 유체의 대부분이 식용 폐기물 혹은 자연사로 인해 버려지므로 보존 상태가 좋지 않다. 반면에 봉황동 유적의 시료는 보존율이 높다고 알려진 석회가 많이 함유된 패총에서 출토되어 보존 상태가 양호하였기 때문에 DNA 분석이 가능하였다.
유적지에서 출토되는 고생물유체를 대상으로 생물학적 연구 방법과 형태학적 분류를 함께 적용한다면 분석 오류를 줄일 수 있음과 동시에 더 정확한 종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 향후 생물학적 분석 결과와 고고학 정보 교류를 통해 과거 시대의 문화와 생활상을 더 선명하게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