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식물지리학적으로 동아식물구계에 속하는(Good, 1947) 한반도의 해발 1,500 m이상 아고산대에서 생육하고 있는 구상나무(Abies koreana)는 전 세계에서 한반도에만 자생하고 있는 수종으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선정한 적색목록(Red List) 중 야생에서 절멸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멸종 위기종(endangered, EN)으로 지정되어 생태학적 보전 가치가 매우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러한 보전 가치가 높은 구상나무의 고사 및 쇠퇴 현상은 계속하여 보고되고 있으며(Kim and Lee, 2013), 이에 대한 원인으로 구상나무를 비롯한 주목(Taxus cuspidata), 분비나무(Abies nephrolepis)와 같은 아고산대에 자생하는 식물은 기후와의 연관성이 아주 높기 때문에 지구온난화 등의 환경변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생장량 감소, 고사목의 발생 빈도 증가 및 활엽수종의 침입 등으로 인하여 분포지역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Cho et al., 2015).
또한 Hyun (1998)에 따르면 구상나무의 생장쇠퇴는 일부지역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상당히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 집단에서 자연적인 치수 발생이 어려우며 차대림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이러한 고산지대의 생태계는 물리적, 환경적으로 매우 취약해 외부의 작은 교란요인이라도 식물의 생리적인 면이나 성상 및 주변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며, 교란에 의한 생태계 파괴가 진전되면 원상태로의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회복된다고 해도 매우 오랜 기간을 요하는 특성이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아고산대 구상나무의 생육 쇠퇴 현상이 발생하면서 이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지난 40년간(1980 - 2020년) 73편의 논문이 발표되었으나 쇠퇴 및 고사에 대한 원인은 아직 분명하게 규명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Koo and Kim, 2021). 선행 연구들은 이러한 구상나무의 쇠퇴 원인으로 기후 및 환경 변화를 가장 큰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Lee and Cho, 1993; Koo et al., 2001; Koo et al., 2016). 이러한 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구상나무의 생육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고 복잡하기 때문에 충분한 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있는 현실이다.
산림토양은 산림생태계의 주요한 구성 요소 중 하나로서 임목의 분포와 생장, 치수 갱신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Park and Lee, 1990). 구상나무의 쇠퇴현상과 관련하여 중요한 생육기반이 되는 토양환경 특성에 대한 다양한 자료의 확보는 구상나무림 보전을 위해 필수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고산대 구상나무림의 토양환경 특성에 대한 연구는 단일 국립공원 내 특정 지점만을 대상지로 선정하였으며 물리적 특성 중 토성을 제외한 용적밀도, 석력함량, 수분함량에 대한 연구사례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KOSEF, 1994; Kim et al., 2000; Lim et al., 2007; Park, 2011; Kim, 2012; Cho et al., 2015; 2016; Noh, 2017).
이에 본 연구는 소백산, 덕유산, 지리산국립공원의 아고산대에서 지속적으로 쇠퇴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17개 구상나무군락을 대상으로 토양환경이 구상나무 쇠퇴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실시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아고산 생태계의 합리적인 토양환경 유지관리를 위한 기초자료를 마련하고자 한다.
Materials and Methods
조사지 개황
소백산국립공원은 1987년 18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면적은 322.011 km2이고 경남의 하동, 함양, 산청,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 이렇게 1개시 그리고 4개군의 행정구역이 속해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의 면적은 483.022 km2로서 22개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의 산악형 국립공원(천왕봉: 해발 1,915 m)이며 이 중에서 180.93 km2로 경북지역과 충북지역에 분포되어 있다(Fig. 1). 지리산, 설악산, 오대산에 이어 산악형 국립공원 가운데 네 번째로 넓으며 해발 1,439.5 m인 비로봉을 중심으로 국망봉(1,420.8 m), 연화봉(1,383 m), 도솔봉(1,314.2 m) 등이 위치해 있다. 조사 대상지인 소백산국립공원 비로봉 구상나무 식재지는 다른 경쟁 수종이 없는 상태에서 구상나무가 우점하고 있다. 관목층 동반종으로는 잣나무(Pinus koraiensis)가 있으며, 초본층은 실새풀(), 일월비비추(Hosta capitata), 둥근이질풀(Pinus koraiensis), 대사초(Carex siderosticta), 수리취(Synurus deltoides), 처녀바디(Angelica cartilaginomarginata), 뱀고사리(Athyrium yokoscense) 등이 주요 구성종으로 분포하고 있다(KNPS, 2021).
덕유산국립공원은 1975년에 오대산과 더불어 국내 1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전라북도 무주와 장수, 경상남도 거창과 함양군 등 2개 도, 4개 군에 걸쳐 솟아 있으며, 해발 1,614 m의 향적봉을 정상으로 하여 백두대간의 한 줄기를 이루고 있다. 덕유산국립공원 내 서봉과 향적봉 인근에 위치한 구상나무군락은 신갈나무(Quercus mongolica), 주목, 사스래나무(Betula ermanii) 등의 수종들과 경쟁관계에 있다. 관목층을 구성하는 주요 수종으로는 미역줄나무(Tripterygium regelii)와 조릿대(Sasa borealis)가 있으며, 이를 중심으로 노린재나무(Symplocos sawafutagi), 시닥나무(Acer komarovii), 당단풍나무(Acer pseudosieboldianum), 털진달래(Rhododendron mucronulatum), 철쭉(Rhododendron schlippenbachii) 등이 생육하고 있다. 초본층은 대체로 5% 내외의 낮은 피도를 보이고 있는데, 가는잎그늘사초(Carex humilis), 관중(Dryopteris crassirhizoma), 왁살고사리(Arachniodes borealis), 뱀고사리, 그늘흰사초(Carex planiculmis), 실새풀(Calamagrostis arundinacea), 미역취(Solidago virgaurea) 등이 주요 구성종으로 분포하고 있다(KNPS, 2021).
지리산국립공원은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경남의 하동, 함양, 산청,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 이렇게 1개시 그리고 4개군의 행정구역이 속해 있다. 지리산국립공원의 면적은 483.022 km2로서 22개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의 산악형 국립공원(천왕봉: 해발 1,915 m)이며 이 중에서 180.93 km2가 특별보호구역으로 지정(2018년 12월 31일 기준)되어 있다. 지리산국립공원 내 구상나무군락들은 신갈나무, 주목, 사스래나무, 가문비나무(Picea jezoensis), 잣나무 등의 수종들과 경쟁관계에 있다. 관목층을 구성하는 주요 수종으로는 조릿대, 시닥나무, 철쭉, 미역줄나무 등이 생육하고 있었다. 초본층의 주요 분포 수종은 실새풀이며, 그 밖에 가는잎그늘사초, 단풍취(Ainsliaea acerifolia), 뱀고사리 등이 많이 출현하고 있다(KNPS, 2021).
조사 및 분석방법
국립공원 내 구상나무 군락의 토양환경 특성을 파악하기 위하여 2018년 5 - 8월에 현장조사 및 시료채취를 실시하였다. 전체 3곳의 국립공원 내 17곳의 구상나무 군락에서 63개의 토양 시료를 채취하였다(Table 1). 조사지점은 우리나라 국립공원 내 아고산지역 중 구상나무의 쇠퇴 현상이 두드러지게 확인되고 있는 소백산국립공원 비로봉 인근에서 1개의 조사구를 선정하였으며, 덕유산국립공원은 서봉 인근에서 1개의 조사구 그리고 향적봉 인근의 구상나무 군락에서 4개의 조사구를 선정하였다. 지리산국립공원은 노루목, 돼지평전, 벽소령, 세석평전, 영신봉, 임걸령, 장터목 인근의 구상나무 군락에서 각 1개의 조사구를 선정하였으며 제석봉과, 반야봉 인근에서는 각각 2개의 조사구를 선정하였다.
Table 1. The study sites of Abies koreana community and number of soil samples in Sobaeksan National Park (SB), Deogyusan National Park (DY) and Jirisan National Park (JR). |
구상나무의 토양환경 특성을 조사하기 위하여 각 조사구에서 토양 단면조사를 실시한 후 지표로부터 0 - 10 cm 깊이에서 2점씩 토양 샘플을 채취하였으며, 10 - 20 cm 그리고 20 - 30 cm 깊이에서는 각 1점씩 토양 시료를 채취하였다. 토양단면의 각 층위별 깊이를 조사하기 위해 O층(유기물층), A층(무기물표층), B층(집적층)으로 나누어 조사하였다. 토양의 용적밀도와 수분함량 측정을 위해 100 cc 토양 샘플러를 이용하였으며, 물리 화학적 특성 분석을 위해 채취된 시료는 비닐에 담은 후 실험실로 운반하여 음지에서 자연 건조하였다. 물리적 특성 중 입도분석은 Hydro-meter법을 이용하였다.
화학적 특성 중 토양의 pH 및 전기전도도(electrical conductivity, EC)는 토양 시료와 증류수를 1 : 5 (w·v-1)의 무게 비율로 희석한 후 진탕하여 각각 pH-meter와 EC-meter법으로 측정하였다. 유기물함량 분석은 건식산화법을 활용하였으며, 치환성양이온(K, Na, Ca, Mg)은 원자흡광광도법으로 분석하였다. 양이온치환용량 분석은 1 N-초산암모니움 침출법을 활용하여 정량하였으며, 유효인산은 Lancaster법 그리고 전질소는 건식산화법을 활용하여 분석하였다(NAAS, 2000).
구상나무 쇠퇴와 토양환경 요건의 연관성을 파악하고자 통계분석을 실시하였다. 연평균 고사율은 Kim 등(2021)의 선행연구에서 덕유산과 지리산국립공원 내 구상나무군락에 대하여 2012년부터 2020년까지 고사실태를 파악한 결과를 인용하여 산출하였다. 이후 산출된 연평균 고사율 결과와 본 연구에서 실시한 덕유산 및 지리산국립공원 토양의 물리적, 화학적 환경특성과의 상관관계를 SPSS 프로그램(IBM Corporation, NY, USA)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
Results and Discussion
구상나무 군락 토양의 물리적 특성
본 연구의 국립공원 내 구상나무 군락 토양의 물리적 특성을 조사한 결과 유기 물층은 평균 3 cm 내외로 양호하게 발달하였으며, 토양 B층까지의 평균 토심은 소백산에서 68 cm, 덕유산에서 41 cm 그리고 지리산에서 44 cm 로 나타났다(Table 2). 주로 암석으로 이루어진 지리산 돼지평전(<8 cm)과 벽소령(< 10 cm) 지역 내 구상나무군락의 토심의 경우에는 10 cm 이하로 매우 낮게 나타나서 열악한 토양환경을 보이고 있었다. 토심 0 - 10 cm 깊이에서 평균 용적밀도는 소백산에서 0.38 g·cm-3, 덕유산에서 0.48 g·cm-3 그리고 지리산에서 0.50 g·cm-3로 분석되었으며, 토심이 깊어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Jeong 등(2002)이 보고한 우리나라 산림토양 A층 평균 0.88 g·cm-3 그리고 B층 평균 1.01 g·cm-3 보다 다소 낮은 수치이며, 이는 토양 내 높은 유기물함량과 공극의 발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진 결과로 판단된다.
Table 2. Physical soil properties in Abies koreana community of Sobaeksan National Park (SB), Deogyusan National Park (DY) and Jirisan National Park (JR). |
토양 수분함량의 경우에는 0 - 10 cm 토양 깊이에서 평균 39.69 - 47.57%로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구상나무 군락지인 아고산대의 특성상 장기간 축적된 유기물과 낮은 용적밀도의 영향으로 수분함량이 높은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판단된다. Cho 등(2016)은 지리산 반야봉 아고산지역의 토양 수분함량을 평균 22.9%로 보고하였으며 이외에 구상나무군락의 토양 수분함량을 연구한 사례는 매우 미흡하다. KFRI (2015)은 전국 20개 산림유역의 임상별 토양 수분함량을 조사한 결과 침엽수림은 평균 22% 혼효림은 16% 그리고 활엽수림은 29%로 보고하였으며, 구상나무림을 제외한 일반적인 산림 내 토양 수분함량을 조사한 선행연구들에 따르면 평균 10.54 - 56.2%로 다양한 범위의 연구사례가 보고되었다(Kang and Lee, 1998; Park et al., 2000; KFRI, 2008; Jeong, 2011).
토양 수분은 토양 깊이별로 함량과 편차가 다르게 나타나며(Hong et al., 2011) 시료 채취시기의 기상요인, 지형, 방위, 경사, 수계망, 일사량, 강수량, 증발량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Ahn et al., 2019). Park 등(2020)은 수치지형도를 기반으로 지형습윤지수를 분석한 결과 지리산 국립공원의 구상나무 군락의 쇠퇴요인을 건조한 입지환경에서 아고산대 침엽수 고사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한 반면, Ahn 등(2019) 은 한라산 내 구상나무 군락지의 공간적 고사 패턴 분석 결과 토양 수분함량이 높은 환경에서 구상나무 고사율이 높은 것으로 해석하였다.
Craul (1992)은 토양 중 수분함량이 40% 이상 장기간 지속되면 뿌리 성장은 급격히 감소하며 이는 곧 수목의 쇠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보고한 바 있으며, 본 연구결과에서도 구상나무 군락 내 토양 수분함량은 0 - 10 cm 토양 깊이에서 평균 39% 이상으로 높게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구상나무 쇠퇴지역을 대상으로 대규모 공간적 고사 패턴에 대한 수문학적 분석 및 현장 조사를 통해 토양 수분함량과 쇠퇴해가는 구상나무 군락의 인과관계에 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토성은 토양 내 모래, 미사, 점토의 함량을 의미하며, 이러한 함량비에 따라 토양의 배수성, 통기성, 수분보유력, 그리고 양분보유력 등은 차이를 나타내는데, 소백산과 덕유산 그리고 지리산국립공원 내 구상나무 군락의 토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조사지점에서 양토 및 미사질양토로 나타났다. Park (2011)은 지리산 반야봉 지역의 구상나무 임분 토양에서 토성은 모래의 함량이 50%이상인 사질양토(sandy loam, SL)로 나타났다고 보고하고 있으며, Kim (2012)은 지리산 거림계곡에서 세석대피소로 이어지는 구간의 구상나무군락에서 대부분의 토양은 모래의 비율이 약 85% 이상인 사토로 보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생육환경이 좋은 토양은 미사질양토(silty loam, SiL)로 알려져 있으며(Kim, 2012) 본 조사 지역의 경우 선행 연구들보다 양분 및 수분 보유에 유리한 토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상나무 군락 토양의 화학적 특성
토양의 화학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0 - 10 cm 토양 깊이의 평균 pH는 소백산에서 4.90, 덕유산에서 4.53 그리고 지리산에서 4.60으로 나타났다. Jeong 등(2002)이 보고한 우리나라 산림 토양의 평균 pH는 A층 5.48 그리고 B층 5.52로 이와 비교하여 본 연구 대상지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토양 pH를 나타내었다(Table 3). Kim (2012)은 지리산 거림계곡에서 세석대피소로 이어지는 구간의 구상나무임분 내 토양 pH를 3.87 - 4.64로 보고하였으며, Park (2011)은 지리산 반야봉 지역 구상나무림의 토양 pH는 4.5 - 4.7로 보고하여 본 연구와 매우 유사한 값을 보였다.
우리나라 아고산대 침엽수림의 토양 pH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지리산 세석지역 구상나무림 토양의 평균 pH는 4.26 (Cho et al., 2015), 덕유산 국립공원 주목군락 토양의 pH는 평균 4.31 (Kim et al., 2010), 그리고 계방산, 덕유산, 지리산 가문비나무 군락에서 토양의 pH는 평균 4.5 (Han et al., 2012)로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하게 나타났다. 이는 한랭·습윤한 기후에 따라 낙엽 낙지의 분해속도가 느려지고 유기산이 축적되는 우리나라 아고산대의 특성에 의한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 침엽수의 생육 범위는 토양 pH 4.8 - 5.5이며 활엽수가 pH 5.5 - 6.5임을 감안할 때(Lee, 2000; Jeong et al., 2002) 본 연구에서 분석된 토양 pH의 결과가 구상나무 쇠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하지만 현재보다 낮은 수준으로 악화될 경우에는 수목 생장에 피해를 줄 수 있어(Seo et al., 2019)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수분보유력, 양이온치환용량(CEC), 토양의 구조, 그리고 양분 공급 등 토양의 이화학적 특성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유기물 함량은 0 - 10 cm 토양깊이에서 소백산에서는 평균 10.8%, 덕유산에서는 13.5% 그리고 지리산에서는 14.4%로 매우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모든 조사 지점에서 Jeong 등(2002)이 보고한 우리나라 산림토양 내 A층 유기물 평균 4.49%, B층 평균 2.03% 보다 높은 함량을 보였다. Kim (2012)은 지리산 구상나무임분 A층 토양 내 평균 유기물 함량은 10.38 - 22.24%로 보고하고 있으며, Park (2011)은 지리산 반야봉 지역의 구상나무림 A층 토양에서 유기물 함량을 18.2 - 19.5%로 보고하여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하게 높은 유기물함량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기물의 영향을 크게 받는 양이온치환용량의 경우 소백산, 덕유산, 지리산의 0 - 10 cm 토양깊이에서 각각 18.2 cmolc〮〮·kg-1과 21.6 cmolc·kg-1 그리고 20.0 cmolc·kg-1로 나타났다. 본 연구의 조사 대상지 모두에서 Jeong 등(2002)이 보고한 우리나라 산림토양 내 A층 양이온 치환용량 평균값 12.5 cmolc·kg-1 그리고 B층 평균값 10.7 cmolc·kg-1 보다 높은 값을 보였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이는 구상나무 군락의 토양 내 유기물 함량이 높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유효인산 함량은 소백산 구상나무군락의 0 - 10 cm 토양깊이에서 평균값은 15.95 mg·kg-1, 덕유산에서는 10.91 mg·kg-1 그리고 지리산에서는 9.07 mg·kg-1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Jeong 등(2002)이 보고한 우리나라 산림토양 A층 평균 27.4 mg·kg-1과 비교하여 다소 낮은 값을 보였다. 토양에 존재하는 유효인산은 토양 pH 그리고 유기물 함량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본 조사 대상지에서와 같이 토양 pH가 낮을 경우에는 인산의 난용성화에 기인하여 유효인산의 함량이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Jin et al., 1994).
토양 중 유기물함량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전질소함량의 경우 0 - 10 cm 토양깊이에서 소백산에서는 평균 0.61%, 덕유산에서 0.63% 그리고 지리산에서 0.67%로, Jeong 등(2002)이 보고한 우리나라 산림토양 내 A층 전질소 평균값인 0.19%, B층 평균 0.09% 보다 매우 높게 나타났다. Kim (2012)은 지리산 구상나무임분 A층 토양 내 전질소함량이 0.20 - 0.41%로 나타났다고 보고하였으며, Park (2011)은 지리산 반야봉 지역의 구상나무림 A층 토양 내 전질소함량은 0.6 - 0.7%로 보고하여 본 연구의 결과와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토양 내 치환성양이온의 함량을 분석한 결과 0 - 10 cm 토양깊이에서 치환성 K+는 덕유산국립공원과 지리산국립공원에서 각각 평균 0.25, 0.23 cmolc·kg-1로 나타났으며, Jeong 등(2002)이 보고한 우리나라 산림토양 A층 평균 0.22 cmolc·kg-1, B층 평균 0.21 cmolc·kg-1과 유사하였으나, 소백산국립공원 구상나무 식재지의 경우에는 0.13 cmolc·kg-1로 다소 낮은 수치를 보였다(Table 4). 치환성 Na+, Ca2+, Mg2+의 경우 Jeong 등(2002)이 보고한 우리나라 산림토양에서의 치환성양이온 값과 비교하여 매우 낮은 수치를 보였다. Kim (2012)은 지리산국립공원 구상나무군락 A층 토양에서 치환성 K+는 0.23 - 0.43 cmolc·kg-1, 치환성 Na+는 0.15 - 0.27 cmolc·kg-1, 치환성 Ca2+은 0.91 - 2.00 cmolc·kg-1 그리고 치환성 Mg2+은 0.45 - 0.64 cmolc·kg-1으로 보고하였다. 본 조사 결과의 경우에는 이와 같은 선행 연구보다 다소 낮은 수치를 보였다. 토양이 산성화될 경우에 수목의 건전한 생육에 필요한 양이온의 용탈 및 유효 미생물 감소 등 수목생장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양이온의 용탈이 발생하지 않도록 토양 pH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구상나무 고사율 및 토양환경 특성 상관분석
Kim 등(2021)은 덕유산과 지리산국립공원 내 구상나무군락에 대하여 2012년부터 2020년까지 고사실태를 파악한 결과 덕유산국립공원의 연평균 고사율은 5개 지점에서 4.2 - 8.0% 그리고 지리산국립공원의 연평균 고사율은 9개 지점에서 0.2 - 14.2%로 보고하고 있다(Table 5). 구상나무 쇠퇴와 토양환경 요건의 연관성을 파악하고자 Kim 등(2021)이 실시한 14개 지점 별 연평균 고사율과 본 연구를 통하여 동일한 군락에서 조사된 토양 환경특성을 상관분석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Table 6).
Table 5. Annual mortality of Abies koreana in Deogyusan (DY), Jirisan National Park (JR) by year. |
zKim et al. (2021). |
토양 pH와 연평균 고사율간에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p-value = 0.021) 기타 다른 토양 환경특성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선행연구에서 구상나무군락의 토양 pH는 Jeong 등(2002)이 보고한 우리나라 산림 토양 A층 평균(pH 5.48)과 B층 평균(pH 5.52) 보다 낮게 나타났다(Kim et al., 2010; Park, 2011; Han et al., 2012; Kim, 2012; Cho et al., 2015). 일반적으로 침엽수는 상대적으로 낮은 pH (4.8 - 5.5)에서 생육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Lee, 2000; Jeong et al., 2002) 본 연구에서 나타난 토양 pH의 결과가 구상나무림의 쇠퇴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수준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구상나무 쇠퇴지역에서 토양 pH가 현재의 수준보다 지속적으로 낮아질 경우에는 토양 중에 존재하는 양분의 유효도, 유해물질의 용해도, 식물뿌리와 미생물체내의 생리화학반응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구상나무 생육에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구상나무의 적정 생육 조건에 관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각 항목별 토양 환경특성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수분함량과 용적밀도간에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유기물함량과 양이온 치환능력과는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이와 같은 결과는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구상나무 군락지인 아고산대의 특성상 장기간 축적된 유기물과 낮은 용적밀도의 영향으로 수분함량이 높은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판단된다.
기타 다른 토양 환경특성 중 유의미한 결과를 살펴보면 용적밀도는 유기물함량, 전질소, 양이온치환능력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고 양이온치환능력은 유기물함량, 전질소와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으며 pH와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pH는 유기물함량과 전질소와의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고 전질소는 유기물함량과 양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결과적으로 토양 내 유기물과 부식의 공급은 수분 흡수와 양이온 치환능력을 높이고 질소 등 양분을 공급하며 공극 형성 및 가비중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알려진 바와 유사하다고 판단된다(Jin et al., 1994).
Conclusion
본 연구는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국립공원의 아고산대에 생육하고 있는 구상나무림을 대상으로 토양환경이 구상나무 쇠퇴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여 아고산 생태계의 합리적인 토양환경 유지관리를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국립공원 내 구상나무 생육지역의 토양 수분함량은 0 - 10 cm 토양 깊이에서 평균 39% 이상으로 다소 높게 나타났는데 이는 낮은 용적밀도와 우리나라 산림토양 평균(Jeong et al., 2002) 대비 2 - 3배 이상의 많은 유기물이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토양 내 수분을 조사하거나 예측하는 것은 시기 및 방법에 따라서 그 결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으며, 구상나무림의 쇠퇴에 직접적인 영향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기에는 적정 생육범위에 대한 기존 연구 사례가 매우 빈약하다. 최근 아고산대 침엽수림의 쇠퇴와 관련한 선행연구에서도 토양 수분함량 과다현상이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Ahn et al., 2019)가 보고된 반면 이상기후에 의한 가뭄 및 수분부족을 원인으로 제시한 연구 등(Koo et al., 2001; Kim et al., 2017; Park et al., 2020) 상반된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따라서 아고산대 토양 내 수분환경 조사 및 분석 방법론 정립에 대한 논의와 임분밀도 및 고사율 변화양상을 입증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토양 pH의 경우 우리나라 산림토양 평균 및 일반적인 침엽수 생육범위 보다 다소 낮게 나타났으며 구상나무의 연평균 고사율과는 음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침엽수림은 활엽수림과 혼효림보다 낮은 토양 pH값을 보이는 특징이 있으며, 특히 한랭·습윤한 아고산대의 기후환경 특성을 감안할 때 본 연구에서 나타난 토양 pH의 결과가 구상나무 쇠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아고산대 구상나무림은 험준한 산악지역에 위치하고 생육에 영향을 주는 요소 또한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생육 쇠퇴 및 고사에 관한 원인을 규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현실이다. 본 연구를 통하여 토양환경이 구상나무 쇠퇴현상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자 하였으나, 직접적인 고사 원인으로 제시될 만한 요인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토양 pH 및 수분함량에 있어서 본 조사의 결과 보다 지속적으로 악화될 경우 토양환경이 구상나무 생육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제언하며 향후 구상나무림 쇠퇴와 관련하여 생태계 차원의 복합적인 연구에서 본 연구의 제언에 대한 검토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