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구상나무(Abies koreana)는 1920년 영국의 식물학자 Wilson에 의해 국제적으로 알려진 우리나라 자생수종이다(Wilson, 1920). 아고산대 기후변화 생물지표종의 한 종류인 구상나무는 우리나라에선 주로 한라산, 지리산 등 아고산대에 제한적으로 분포하며, 특히 한라산에는 세계에서 유일한 대규모 군락이 존재한다(Kim et al., 2017). 해발 1,300 - 1,800 m 지역에 서식하는 아고산대 식물종은 제한된 유전 교류 기회 및 기온상승과 수분스트레스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생육에 많은 영향을 받으며(Allen et al., 2010; Cho, 2014), 특히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는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상승과 가뭄으로 인한 식물의 집단 고사 가능성을 지적하였다(IPCC, 2014). 또한 Antos 등(2008)은 고산 지역에 서식하는 전나무속(Abies)속 식물이 생존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으며, 전나무속 식물인 구상나무는 지속적인 쇠퇴로 인해 세계자연보전연맹(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IUCN)에 의해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되었다(IUCN, 2011).
최근까지 환경변화에 따른 구상나무의 생육 변화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수행되었으며, 구상나무의 생육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속적인 기온상승, 이종침입, 태풍이나 가뭄으로 인한 지지 기반 약화, 광합성에 필요한 수분의 결핍 등이 지목되었다(Koo et al., 2001; Song et al., 2014; Koo et al., 2017; Park et al., 2018). 특히 기온상승은 토양 내 수분 조성을 변화시켜 식물의 생장과 생식에 큰 영향을 미치고 영양소 섭취 능력과 수확량 감소를 야기할 뿐 아니라, 토양 내 탄소의 대기 중 방출을 촉진하여 온실가스 증가에 영향을 미치며(Körner and Paulsen, 2004; Lee et al., 2013; Hatfield and Prueger, 2015), 식물체 내 화합물 조성과 유전자 구성의 변화를 포함한 수목의 생리적 반응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저해요인이다(Woo et al., 2008; Hwang et al., 2018).
고산지대에 서식하는 식물의 경우 기온이 낮고 척박한 환경조건에서 생존하기 위해 항산화 보호 수단으로 다량의 카로티노이드를 생성한다(Streb et al., 1997; Kim and Park, 2018). 카로티노이드(carotenoids)는 주로 식물의 엽록체에 존재하는 보조색소이며, 광합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열에너지를 해소하고 광산화로 인해 발생되는 반응성산소종(reactive oxygen species) 생산을 억제하여 식물의 광보호 작용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Howitt and Pogson, 2006). 엽록소에 비해 구조적으로 안정적인 카로티노이드는 기온변화로 인한 식물 잎의 노화과정동안 비교적 높은 함량을 유지하기 때문에 잎의 황변을 야기하기도 하며(Biswal, 1995; Merzlyak and Solovchenko, 2002), 일부 침엽수에서는 기온이 낮은 겨울동안 생존 및 항산화를 위해 높은 함량의 카로티노이드를 생성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Garcı́a-Plazaola et al., 1999). 또한 카로티노이드는 광합성과정에서 엽록체의 구조 형성 및 막 안정성 유지에 기여하고, 무색, 노랑, 주황, 빨강 등 다양한 색깔을 나타내며, 대표적으로 루테인(lutein), α-카로틴(α-carotene), β-카로틴(β-carotene), 리코펜(lycopene), 제아잔틴(zeaxanthin), 아스타잔틴(astaxanthin) 등이 있다(Nisar et al., 2015).
현재까지 구상나무의 카로티노이드에 관해 다양한 연구가 수행되었으나, 구상나무의 생육 환경과 적응 과정 동안 카로티노이드의 역할 규명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수목 생장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비생물적 요인인 기온변화에 따른 한라산 구상나무의 카로티노이드 함량 및 잎의 생장 변화에 관한 분석을 실시하였으며, 한라산 각 사면의 지형적, 환경적 차이를 고려하여 세 곳의 구상나무 군락(영실, 윗세오름, 진달래밭)을 연구지역으로 선정하였다. 그룹별 구상나무 잎 카로티노이드 함량을 수치화하였고,구상나무 잎의 형태적 특성 비교분석을 통해 기온과의 상관성을 분석하였다.
Materials and Methods
연구지역 및 기간
본 연구에서는 한라산 각 사면에 독립적으로 분포하는 구상나무 자생 군락(YS: 영실, WS: 윗세오름, JD: 진달래밭)의 해발고도 1,300 - 1,700 m 등산로 부근을 연구지역으로 선정하였다. 구상나무 잎 시료는 기온변화에 따른 계절성을 고려하여 3년간(2016 - 2018년) 계절별(4, 7, 10월)로 채취하였으며, 각 그룹마다 생육상태가 양호하고 성숙한 수목(≥ 2 m)을 9개체 이상 무작위 선별하였고, 일조량이 충분한 1.5 - 2.5 m 높이에서 채취하여 실험을 위한 재료로 사용하였다. 또한 각 연구 지역에 설치된 3대 이상의 간이 온습도측정장치(Onset corp. U23-001, HOBO®, Boston, MA, USA) 및 자동기상관측장비(automatic weather system)로부터 기상자료를 수집하였다. 채취한 2016 - 2018년 한라산 구상나무 잎의 계절별, 지역별 형태적 특성 조사를 통한 생장 변화 분석을 위해 그룹별 잎 샘플 30개를 무작위 선정하여 측정 시료로 사용하였으며, 잎의 길이(leaf length)와 잎의 너비(leaf width) 측정을 위해 디지털 캘리퍼스(NA500-150S)를 이용하였다.
표준물질 및 시약
본 연구에서는 카로티노이드 표준 물질로 루테인, α-카로틴, β-카로틴을 사용하였으며 Sigma-Aldrich (Saint Louis, USA)의 제품을 사용하였다. 카로티노이드 추출 및 분석을 위해 사용된 에탄올(ethanol, EtOH), 메탄올(methanol, MeOH), 에틸아세테이트(ethyl acetate, EtOAc), 수산화칼륨(potassium hydroxide, KOH), 헥산(hexane), 디클로로메탄(dichloromethane, DCM), 아세토나이트릴(acetonitrile, ACN), 물(water)은 모두 HPLC (high-performance liquid chromatography) 등급을 사용하였다.
구상나무 잎 카로티노이드의 추출 및 분석
구상나무 카로티노이드 성분은 50 mL tube에 건조된 구상나무 잎 분말 0.5 g과 EtOH 5 mL를 넣고 항온수조(75℃)에서 5분간 추출하였다. 추출액에 80% KOH 1.5 mL를 넣고 항온수조(75℃)에서 10분간 반응 후, 얼음에 담아 5분간 냉각하였다. 반응이 정지된 tube에 water과 hexane을 각각 2.5 mL씩 차례로 넣은 후 혼합하여 3분간 원심분리(3,000 rpm, 4℃) 하였다. 원심분리 후 상층액을 수거했으며, 이 과정을 총 3회 반복하여 혼합하였다. 추출액은 동결 건조를 통해 용매를 제거한 후 MeOH : DCM (1 : 1, v·v-1) 용액 1 mL 를 넣고 녹여 HPLC 분석을 위한 시료로 사용하였다(Lee et al., 2017).
카로티노이드 분석은 Ultimate 3000 HPLC (Thermo Dionex, Waltham, USA)를 사용하였다. 컬럼은 INNO C-18 column (4.6 × 250 mm, 5 μm, Youngjin Biochrom, Seongnam, Korea)을 사용하였고, 컬럼의 온도는 50℃를 유지하였다. 시료의 주입량은 10 μL, 유속은 1 mL·min-1이며, 검출기 파장은 440 nm이다. 전개조건으로는 이동상 A용매로 water, B용매로 ACN, C용매로 MeOH : EtOAc (50 : 50, v·v-1)을 사용하였다. 기울기 조건은 A용매 40%, B용매 10%, C용매 50%로 시작하여 5분까지 유지하였고, 20분까지 B용매를 50%로 일정하게 증가시켜 30분까지 B용매 50%, C용매 50%를 유지하였으며, 다시 A용매 40%, B용매 10%, C용매 50%로 35분까지 흘려주었다. 정량분석을 위해 각 성분별 표준용액에 대하여 확립된 HPLC 조건으로 5개의 농도(10, 20, 50, 100, 200 mg·L-1) 에서 시험을 실시하여 검량선을 작성하였으며, 검량선의 상관계수 R2의 값은 0.99 이상이다.
통계 분석
본 연구에서는 구상나무 카로티노이드 함량 등 모든 분석결과를 평균 ± 표준편차로 표시하였고, 통계프로그램은 Excel (Microsoft, Redmond, USA)을 이용하였다. 구상나무의 화학적, 형태적 특성 및 기온과의 상관관계 분석을 위해 Pearson 상관계수 분석(correlation) (p < 0.01)을 실시하였으며, 상관계수(r)는 -1 - +1의 값으로 나타내었다.
Results and Discussion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 기온 변화
자동기상관측장비로부터 수집된 한라산 구상나무 군락 3개 지역(영실, 윗세오름, 진달래밭)의 평균기온 변화를 그래프로 나타내었다(Fig. 1). 연구기간동안 각 지역 평균기온은 영실 7.39 - 9.04℃, 윗세오름 6.28 - 7.42℃, 진달래밭 6.40 - 7.57℃의 범위를 보였으며, 지역별 평균기온 비교 결과 영실이 윗세오름과 진달래밭보다 1℃ 이상 높았다. 또한 연도별 전체 지역의 평균기온은 2016년(7.42 - 9.04℃), 2017년(6.28 - 7.39℃), 2018년(6.56 - 7.80℃)의 범위를 나타내며 2016년이 2017년과 2018년에 비해 약 1℃ 높게 나타났다.
연도별 구상나무 잎 생장 변화
한라산 구상나무 잎의 형태적 특성 조사 결과 잎의 길이는 11.84 - 20.70 mm의 범위를 보였으며, 전체 평균은 15.69 ± 1.91 mm로 분석되었다. 계절별 차이는 보이지 않았으나, 지역별 비교 결과 진달래밭(17.21 ± 0.21 mm)이 영실(14.82 ± 0.41 mm), 윗세오름(15.04 ± 0.53 mm)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한, 잎의 너비는 1.78 - 2.41 mm의 범위를 보였으며, 전체 평균은 2.04 ± 0.13 mm로 분석되었다. 계절별 비교 결과 4월(2.12 ± 0.13 mm), 10월(2.02 ± 0.11 mm), 7월(1.99 ± 0.12 mm) 순으로 높게 나타났으며, 윗세오름(2.10 ± 0.04 mm)이 진달래밭(2.02 ± 0.18 mm), 영실(2.01 ± 0.08 mm) 보다 높게 나타났다(Fig. 2).
연도별 구상나무 잎 카로티노이드 함량 변화
구상나무 잎의 카로티노이드 함량 측정을 위한 HPLC 분석 결과, 3종류(루테인, α-카로틴, β-카로틴)의 카로티노이드가 검출되었다(Table 1). 카로티노이드 함량 분석결과는 계절별, 지역별로 각 성분별 함량, 카로틴 함량, 총 함량으로 구분하여 μg·g-1 DW 단위로 나타내었다. 각 성분별 함량의 범위는 루테인 0.82 - 23.30 μg·g-1, α-카로틴 0.02 - 2.01 μg·g-1, β-카로틴 0.11 - 2.84 μg·g-1 이었으며, 카로티노이드 총 함량의 범위는 1.17 - 28.15 μg·g-1으로 분석되었다(Table 1).
3년(2016 - 2018년) 간의 계절에 따른 구상나무 카로티노이드 함량을 비교한 결과 모든 연구대상지에서 10월의 카로티노이드 함량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결과는 10월에 증가하는 구상나무 카로티노이드의 함량이 개별 성분 중에서도 높은 함량을 보이는 루테인 함량의 기여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2018년 10월 영실지역의 카로티노이드 총 함량이 28.15 ± 0.19 μg·g-1으로 가장 높았으며 진달래밭(19.75 ± 0.21 μg·g-1), 윗세오름(12.73 ± 0.06 μg·g-1) 순으로 높은 함량을 나타냈다. 또한 같은 시기의 루테인 함량 또한 영실(23.30 μg·g-1), 진달래밭(15.97 μg·g-1), 윗세오름(9.90 μg·g-1) 순서로 높아 지역별 차이를 나타냈다. 이는 한라산 아고산대의 한랭한 기후조건에 의해 발생하는 주빙하지형의 동결파쇄작용으로 인한 특이적인 풍화와 침식이 빈번하고, 초지 박리 현상이 발생하는 등 사면에 따른 지형적 차이가 발생하고(Kim, 2002; 2008), 이러한 지형적 특성에 따라 한라산의 각 사면별로 입지환경의 차이(암석노출도, 조릿대 피도, 식생 현황 등)와 기상환경의 차이(기온, 강수량, 풍량, 기온감률 변동폭 등)가 발생하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Choi, 2011; Song et al., 2014; 2020).
기온, 구상나무 잎 형태 특성, 카로티노이드 함량의 상관관계
수목 생장의 대표적인 저해요인인 기온변화가 구상나무 잎의 생장과 화합물 조성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3년간(2016 - 2018년) 계절별, 지역별 그룹의 월평균기온, 구상나무 잎 형태 특성(길이, 너비), 카로티노이드 함량간의 상관계수(p < 0.01)를 분석하였다(Table 2).
기온과 카로티노이드 함량과의 상관계수 분석결과, 루테인(-0.45)이 기온과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냈고, 구상나무 카로티노이드 함량과 잎 형태 특성과의 상관계수 분석결과로는 α-카로틴(-0.50), β-카로틴(-0.39)이 잎의 너비와 유의한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었다. 기온변화에 의한 카로티노이드 함량 변화 양상은 식물 종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일반적으로 기온이 낮을수록 높은 카로티노이드 함량을 나타냈으며(Massacci et al., 1995; Ormrod et al., 1999; Lisiewska et al., 2004; Lefsrud et al., 2005; Rivera-Pastrana et al., 2010; Lee et al., 2014), Oh 등(2013)의 연구에 따르면 한라산 진달래밭 구상나무의 루테인 함량은 고도의 상승과 기온의 저하에 따라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 연구에서 한라산 구상나무의 카로티노이드 함량은 10월 기온 하락에 따라 함량이 증가하며 음의 상관관계를 나타내었다. 이는 루테인을 포함한 카로티노이드가 식물의 광합성 과정에서 빛에 의한 산화과정 중 발생되는 자유라디칼 제거에 기여하고, 과도한 빛과 열의 노출에 의해 손실이 증가하기 때문이며(Cerón-García et al., 2010; Ahmad et al., 2013), 저온에 의해 광합성이 제한되는 겨울동안 침엽수의 광보호와 효율적인 광합성기능 유지를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Öquist and Huner, 2003; Oh et al., 2013). 기온변화는 식물 화합물 조성에 변화를 야기하여 고산식물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생태계에서는 강수량과 토양 특성 등 다양한 비생물적-생물적 요소에 의한 상호작용이 유기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카로티노이드 분석만으로 수목의 건전성을 측정하고 생장 변화를 예측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다.
Conclusions
본 연구에서는 한라산 구상나무의 카로티노이드 함량 분석결과와 미기상자료를 활용하여 기온변화에 따른 함량 변화 및 구상나무 잎 생장 변화를 분석하였으며, 나아가 계절별, 지역별 차이를 일부 도출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쇠퇴하는 구상나무의 서식 환경에 따른 생리학적 반응에 지식을 제공하고 향후 한라산 구상나무의 보전을 위한 종합적 판단을 위해서는 생리적인 변화에 대한 보다 정밀한 분석과 다양한 환경변수를 고려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