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우리나라 대표음식인 김치의 생산량은 2021년 기준 176만 톤으로 추정되는데, 이중 우리나라 김치업체가 생산하는 양은 48만 톤으로 전체 생산량의 27.2%에 달한다. 김치의 주요 원료인 배추는 1년의 4번 재배되는데, 작기별 수급 상황이 달라 김치업체의 원료 배추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고랭지에서 생산되는 여름배추는 재배지역이 한정되어 있고 가뭄이나 태풍 등 기상재해의 영향을 쉽게 받아 공급의 변동성이 매우 커서, 이를 매년 구매하여 김치를 생산하는 업체의 부담이 크다. 이상의 상황에서 김치업체의 원료 배추 수급 실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김치업체가 원료 배추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한 연구 필요성이 제기된다.
우리나라 김치산업에 대한 연구는 최근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Hwang 등(2020)은 김치산업의 여건과 현황을 분석하여 우리나라 김치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였고, Kim 등(2021)은 김치자조금이 포함된 식품자조금의 실태를 분석하여 효과적인 운영 방안을 논의하였다. Park 등(2022)은 김치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등을 실태 조사를 통해 분석하여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김치의 주요 원료 농산물 관련 연구도 다수 진행되었는데, Kim (2019)은 김치의 5대 원료인 배추, 무, 고추, 마늘, 양파에 대한 수급 정책을 평가하고 수급안정을 위한 방안을 제안하였고, Kim 등(2012)은 김치의 주요 원료 중 하나인 마늘의 도매시장 거래제도를 분석하였다. Hong과 Kim (2013)은 고추의 생산 및 소비 실태를 상호 비교 분석하여 시사점을 도출하였고, Kim 등(2022)은 김치의 주요 원료를 수집하여 김치업체에 공급하는 거점단지인 김치원료 공급단지 조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였다.
이상의 연구들은 우리나라 김치산업과 김치 원료 농산물의 실태를 분석하고 김치산업 발전을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선행연구들은 김치업체의 김치 생산을 위한 필수 투입재인 배추의 확보 실태를 분석하여 안정적인 원료 배추 확보를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에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본 연구는 김치업체의 주요 원료 농산물인 배추의 확보 실태를 분석하여 안정적인 원료 배추 확보를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것을 주요 목적으로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우리나라 김치업체의 실태를 설문조사 등을 통해 분석하고, 김치의 가격 추이를 분석하여 김치업체의 배추 저장을 통한 원료 배추 확보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하여 시사점을 도출하도록 하였다.
Materials and Methods
변이계수(CV) 분석
변이계수(coefficient of variation, CV)는 분석 대상의 변동성을 계측하는 방법으로 가격 등의 변화폭을 분석할 때 유용하다. 변이계수는 분석 대상의 표준편차를 평균으로 나눈 값으로 구체적인 수식은 식(1)과 같다. 본 연구에서는 배추 도매가격의 변화폭을 계측하기 위해 도매시장의 월별 가격 자료의 평균과 표준편차의 값을 각각 구한 다음, 이를 나눠서 변이계수 값을 도출하였다. 변이계수의 값은 0 - 1 사이의 값을 가지는데, 그 값이 클수록 가격의 변동성이 심하여 가격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하게 된다.
경제성 분석
김치업체가 봄배추를 저장함으로써 고랭지 여름배추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을 대신할 경우의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하였다. 이는 상대적으로 가격 변동성이 큰 여름배추를 필요한 시기에 구매하여 사용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이 안정적이고 낮은 봄배추를 대량으로 구매하여 김치 생산에 사용하는 방법의 타당성을 검증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회계학적인 방법(accounting approach)을 적용하였는데, 김치업체의 평균적인 봄배추 저장 규모와 저장 비용 등에 대한 회계 자료 등을 수집하여, 여름배추 구매가격 등과 비교하는 연구 방법을 적용하였다.
분석자료
김치의 주 원료인 배추의 가격 변동성을 변이계수를 통해 분석하기 위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orea Agricultural Marketing Information Service, KAMIS)에서 제공하는 도매시장의 월별 가격 자료(1 - 12월의 상품[上品] 10 kg 기준)를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수집하여 적용하였다.
또한, 우리나라 김치업체의 실태를 분석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 설문조사표의 주요 내용은 업체 기본 현황, 배추의 수급 및 저장 방식, 여름배추의 수급안정에 대한 의견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2022년 12월 12일부터 12월 27일까지 (사)대한민국김치협회의 회원사를 대상으로 서면 및 면담조사가 진행되었으며, 분석에 유의미한 17개의 설문결과가 수집되었다.
응답업체에 대한 일반 현황은 Table 1과 같다. 업체의 평균 사업기간은 19년인데, 업력이 15 - 25년 미만인 업체 비중이 전체의 41.2%로 가장 많았고, 업력이 15년 미만인 업체 비중이 35.3%였다. 업체의 소재지는 수도권(35.3%)과 전라권(29.4%)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으나 제주권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응답업체의 공장 규모는 평균적으로 7,301 m2인데, 3,000 m2 미만인 업체와 7,000 m2 이상인 업체의 비중이 각각 35.3%였다. 배추 등을 저장하는 저온저장고 면적은 평균적으로 1,512 m2인데, 700 m2 이상인 업체와 300 - 700 m2 미만인 업체의 비중이 각각 47.0, 41.2%로 높게 나타났다.
Results and Discussion
김치업체의 배추 수급 및 저장 실태
김치업체의 원료 배추 확보 방식을 설문한 결과는 Fig. 1과 같다. 산지 계약재배를 통해서 배추를 확보하는 응답이 전체의 67.6%로 가장 높았는데, 이는 김치업체가 배추로 가공하기에 적합한 배추를 고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로 생각된다. 이어서 산지 수집상 구매가 55.7%, 산지 농협상인 구매가 55.5%로 비슷하였고, 김치업체가 직접 재배하여 물량을 확보하는 비중은 40.0%였으며, 도매시장을 통한 구매 비중은 18.2%였다.
Table 2는 김치업체의 연간 저장 기간을 보여주는데, 업체의 자가저장고의 저장 기간은 294 일인 반면 임대저장고의 저장 기간은 342 일로 임대저장고의 저장 기간이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치업체가 주로 공장부지에 위치한 자가저장고의 배추는 수시로 꺼내어 사용하는 대신 임대저장고의 배추는 장기저장용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작기별로 볼 때 여름배추의 저장 기간과 저장량이 가장 작은데, 이는 가격 변동성이 큰 여름배추 대신 봄배추를 최대한 많이 저장하여 사용하는 업체의 상황이 반영되었다.
Fig. 2는 김치업체들이 필요로 하는 배추 저장물량 대비 실 저장량 수준을 설문한 결과인데, 연평균 58.1%로 대부분의 응답업체들이 필요한 배추의 절반 정도만 저장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김치업체의 배추 저장 능력 확대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된다. 보다 구체적으로 작기별 필요 저장량 대비 실 저장량 비중을 보면 저장용 봄배추 비중이 62.3% (일반 소비용 봄배추는 57.3%)로 가장 높은 반면 여름배추의 비중은 49.4%로 가장 낮아 김치업체들이 여름배추의 수요를 일정 부분 충족하는 봄배추 저장에 많은 노력을 하고 있음이 확인된다.
김치업체가 원료 배추를 충분히 저장하고 있지 못하는 이유를 설문한 결과는 Fig. 3과 같은데, 응답업체의 53.8%가 저장 공간의 부족으로 응답하여 김치업체가 저온저장고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지 못한 현실이 나타났다. 이어서 저장과정에서 발생하는 원료 배추의 감모(loss)로 인한 손실에 대한 부담이 30.8%, 저장용 배추 확보를 위한 자금 부족의 어려움이 7.7%였다
다음으로 김치업체가 원료 배추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애로사항에 대한 설문 결과가 Fig. 4에 제시되었는데, 산지 여건으로 인해 배추 생산량이 줄어든 경우 높은 가격을 주더라도 배추 자체를 구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전체의 66.7%로 나타나, 배추 수확량이 급감하는 경우 김치산업 자체가 어려움을 겪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높은 응답은 원물 저장공간의 부족(25.0%)으로 앞서 제기된 김치업체의 저장공간 부족 문제가 역시 확인된다.
배추 가격의 현황
우리나라 김치업체가 배추를 필요할 때마다 구매하여 사용하는 대신 자체 저장을 하는 경우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하기에 앞서, 배추 가격의 변동성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 도매시장의 월별 배추가격 변동성을 변이계수로 도출하여 분석한 결과, Fig. 5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변이계수 값이 2010년 0.3841에서 2022년 0.5592로 연평균 2.9% 상승하였으며, 연도별 변이계수 값 역시 상당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2022년은 0.5592로 가장 높은 가격 변동성이 발생하여 우리나라 배추가격의 안정성을 매년 장담할 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Fig. 6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의 기간 동안 국산 배추의 월별 도매가격 추이를 보여주는데, 여름배추가 출하되는 7 - 10월의 도매가격이 가장 높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연도별 가격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어 우리나라 배추 가격의 변동성이 확인되는데, 잦은 비와 일조시간 부족 등으로 여름배추의 작황이 부진하였던 2022년의 하절기 배추 가격이 상당히 높게 형성되었다.
배추의 작기별 가격 변동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보기 위해 변이계수를 산출한 결과가 Fig. 7과 같이 도출되는데, 여름배추 가격에 대한 변이계수 값이 대체로 높게 나타나 여름배추의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여준다. 반면에 봄배추 가격의 변이계수 값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봄배추의 경우 가뭄을 제외하고는 기상재해가 많지 않고, 노지재배와 시설재배를 병행하여 수확량의 변동성이 낮은 봄배추의 특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치업체의 배추 저장에 대한 경제성 분석
김치업체가 여름배추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대신 봄배추를 대량 구매하여 저장하는 경우의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하였다. 구체적인 분석을 위한 기본 가정으로는 첫째, 김치업체는 6월에 봄배추를 구매하여 9월에 사용하고, 둘째, 해당 기간 동안에 변화하는 배추 가격은 최근 5년간(2018 - 2022년) 가격 자료를 적용하여 설정하며, 셋째, 저장 기간 동안 발생하는 저장 비용 및 감모 등의 손실은 관련 자료 및 업체 추정치를 적용하도록 하였다.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근 5년간의 배추 가격은 Table 3과 같은데, 해당 기간 동안 평균적으로 10 kg당 12,946 원의 가격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가격 차이의 최댓값과 최솟값은 각각 22,319 원/10 kg과 7,187 원/10 kg으로 도출되었다. 다음으로 김치업체의 저온저장고 임대 비용은 Table 4와 같은데, 경제성 분석을 위해 표에 제시된 3개 유형 가격의 단순 평균치(18,321 원/m2)를 적용하였고, 배추를 저온저장고에 보관할 때 사용되는 저장박스의 임대비용은 15 kg 박스 1 개당 1 일 10 원으로 설정하였다. 마지막으로 저장용 김치의 감모 등의 손실금액은 업계 추정 감모율(노지 봄배추 3개월 저장 시 20% 감모)을 적용하였다.
이상의 내용에 근거하여 김치업체가 여름배추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대신 봄배추를 저장하여 사용하는 경우의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한 결과가 Table 5와 같다. Table 5에 정리된 바와 같이 김치업체가 봄배추를 3개월간 저장하여 여름배추 대신 사용하는 경우, 5,166 - 19,439 원/10 kg 의 순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 경제적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Conclusion
김치의 주 원료인 배추는 수급 상황에 따른 가격 변동이 심하여 김치업체의 수익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재배지역이 한정되어 있고 기상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여름배추는 다른 작기 배추에 비해 가격이 높을 뿐만 아니라 수급 변동성이 커서 김치업체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김치의 주요 원료 농산물인 배추의 확보 실태를 분석하고 김치업체의 배추 저장에 대한 경제적 타당성을 분석하였다.
김치업체에 대한 실태분석 결과, 다수의 김치업체들이 배추 저장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으나 실제 김치의 안정적 생산에 필요한 저장량을 충족하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치업체의 배추 저장 규모를 확대하여야 함을 의미하는데, 경제성 분석 결과 김치업체가 여름배추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대신 봄배추를 장기 저장하여 사용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것으로 분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업체들의 원료 배추 저장 능력은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저장 공간의 확보 문제와 저장용 배추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데 필요한 자금 문제 등이 해결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김치업체가 배추를 보다 많이 저장하여 산지의 수급불안에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배추의 산지 수급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상당한 정책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데, 배추의 계약재배 및 비축사업, 김치원료 공급단지 조성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치업체가 원료 배추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에 한계가 있어 이에 대한 추가적인 고민이 요구된다. 특히, 김치업체가 여름배추를 구매하여 사용하는 대신 봄배추를 장기 저장하여 사용하는 방안의 타당성이 일정 부분 확인되었기에 해당 배추에 대한 김치업체의 저장 규모를 늘리기 위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과거와 달리 우리나라 소비자의 상당수가 배추를 직접 구매하여 김치를 담아 먹는 대신 김치 상품을 구매하여 소비하는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유통되는 가정소비용 배추가 아닌 원료 배추의 수급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기에 본 연구 결과의 시사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