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duction
수렵생활에서 농경사회로 전환하면서 인류는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를 위하여 경험에 기반한 우수 유전자원의 선발을 통해 육종 방법을 체득해왔으며(Gepts, 2001), 1960년대 교배육종을 통한 작물개량과 농약 및 화학비료 사용에 의한 녹색혁명을 거치면서 농업 생산량은 획기적으로 증가하게 되었다(Evenson and Gollin, 2003). 또한, 생명공학기술을 통해 개발된 제초제내성과 해충저항성 유전자변형작물의 상업적 재배는 생산성 증진에 따른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농약과 화석 에너지 사용을 줄여 탄소 배출 저감과 농업생태계의 생물다양성 보존에도 기여하였다(Brookes and Barfoot, 2014).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은 2차 대사물질의 생합성 유전자 발굴과 유전자간 상호작용을 조절하는 대사공학을 통해 고부가 물질의 대량생산까지 가능하게 하였다(Dudareva and Pichersky, 2008). 미생물을 시작으로 동식물과 인간의 유전체 해독과 생물체내 단백질을 포함한 저분자 대사물질의 분석기술 발전 및 분석기기 고도화와 자동화로 대사체 정보 생산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하였으며, 대사물질과 대사경로를 공유하는 데이터베이스 플랫폼을 이용한 대사체 프로파일링 분석과 효율적인 대사 변화 추적을 통해 미지의 생명현상을 자세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Oliver et al., 2002). 최근 DNA 염기서열 분석 비용이 100 달러 이하로 낮아짐에 따라 더 많은 생명체들의 유전정보를 비약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Lou et al., 2021). 이를통해 유전체를 포함한 오믹스 정보와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유전자 구성요소를 부품처럼 활용하여 새로운 생물학적 기능을 부여하는 합성생물학(synthetic biology)이 출현하게 되었으며(Khalil and Collins, 2010), 유용물질의 생합성 대사경로 재설계를 통해 생명체를 의료용, 산업용 바이오소재 생산에 최적화된 생체공장으로써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Wurtzel et al., 2019).
합성생물학은 인류가 직면한 식량위기, 환경오염 및 에너지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바이오 분야가 중심이 되는 바이오경제 시대의 도래가 예상됨에 따라 전세계 합성생물학 시장 규모는 2026년 307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OECD, 2016; Voigt, 2020). 지난 20여년 동안 오믹스 분석 기술의 발전으로 미생물을 이용한 의료·산업용 소재 생산에 이미 합성생물학 기술이 활용되고 있으며, 향후 식물에서도 유전자 부품의 표준화와 모듈식 운반체 개발을 통해 기존 대사경로를 조절하거나 새롭게 구축하는데 합성생물학 기술이 활용될 수 있다(Engler et al., 2014). 따라서 최근의 식물 합성생물학 연구동향을 통해 기술이 가진 잠재력과 작물 생산성 증진, 기능성 개선 등 지속 가능한 농업 실현에 합성생물학 기술의 활용 가능성을 고찰하였다.
합성생물학 개요
1960년대 DNA 제한효소 발견과 DNA 재조합기술을 통해 유전자 위치를 특정할 수 있게 되면서, 유전자 재조합에 의한 생물학적 조절과 인공생명체 개발을 위한 합성생물학이 20세기 중반 출현하였다(Keshava et al., 2018). 아직까지 합성생물학에 관한 정의는 국제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하였지만(Ryu, 2020), 공통적으로 제안된 개념은 기존 생물학에 공학적 원리를 더해 새로운 생물학적 경로, 부품 또는 생물체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것이다(Table 1).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여 제품을 생산하듯이 합성생물학은 생물학에 공학적 개념을 도입하여 유전자를 부품으로 표준화하고 각 부품을 조립한 모듈을 통해 대사경로를 조절하거나, 생물학과 컴퓨터 공학의 융합을 통해 복잡한 생명현상 원리와 상호작용을 빠르고 온전하게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며, 생물체의 고유 기능을 최적화하여 의약품이나 신규 천연 화합물의 대량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Rollié et al., 2012; Jeffryes et al., 2018; Pouvreau et al., 2018).
합성생물학을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생물체 구성요소와 오믹스 정보 등이 우선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며, 부품의 정밀 구현을 위해서는 유전체 분석, 시스템 생물학과 유전자편집 기술과의 연계가 수반되어야 한다(Liu and Stewart, 2015; Pouvreau et al., 2018). 합성생물학은 promoter, exon, ORF (open reading frame) 및 terminator 등을 포함한 생체 시스템의 기본 구성 요소들을 부품으로 정의하는데, 유전자 부품은 모듈로 조립되어 대사경로 네트워크 조절이나 염색체 등 복합 생물학적 장치와 시스템 구축에 사용할 수 있다(De Lorenzo and Danchin, 2008). 다만, 특정 단백질을 암호화하는 DNA 서열부터 유전자 발현을 촉진하는 프로모터에 이르기까지 각 부품들이 생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으면 각 유전자의 기능을 알고 조립하더라도 예측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다른 부품과의 호환성에 문제를 야기하여 회로의 안정적 작동을 방해할 수도 있으며, 생체내 발생하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회로의 기능 이상을 초래할 수도 있다(Kwok, 2010; Li et al., 2021).
또한 식물은 미생물과 달리 외부 환경변화에 따른 낮은 반복성과 재현성에 한계가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한 프로토콜 표준화와 알고리즘 개발도 필요하다. 합성생물학 공정은 설계(design), 제조(build), 시험(test), 학습(learn) 단계를 통해 가설을 수정하고 공정(DBTL, design/build/test/learn) 주기를 반복함으로서 해결책 도출과 효율 개선에 사용된다(Purnick and Weiss, 2009). 설계를 위한 모델 구축을 위해서는 최적의 부품 선택, 구성 요소 후보 조립, 통계 및 계산이 가능한 도구가 포함되어야 하며, 최근 인공지능 기술을 도입하여 대사 네트워크에 관여하는 매개변수와 최적 부품을 효과적으로 선택하는데 활용되고 있다(Kaznessis, 2007; El Karoui et al., 2019). 설계 단계는 생물 시스템을 이루는 기본 구성 요소들을 조합하거나 재구성하여 생물학적으로 복잡한 네트워크로 연결된 제조공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구현된다. 제조 공정에서 특정 부품이나 모듈을 변경하더라도 다른 회로에 영향이 없어 직교성이 존재하는 독립적인 시스템은 시험에 소요되는 시간을 줄여줌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De Lorenzo, 2011). 따라서 식물 합성생물학에서 대사경로 재설계를 위한 전사 조절과 정확한 유전자 발현 제어를 위해서는 설계에 필요한 매개변수를 인실리코(in silico) 기반으로 최적화하고 반복 시험 결과물의 기능 예측과 특성을 개선할 수 있는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Liu and Stewart, 2015).
말라리아 치료제로 이용되는 아르테미시닌은 식물에서 합성생물학의 잠재력을 확인한 대표사례로 지금까지 개똥쑥(Artemisia annua)에서 추출했으나 합성생물학 기술을 통해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공급을 가능케한 공로로 201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였다(Paddon and Keasling, 2014; Su and Miller, 2015). 최근 식물 2차 대사물질 중 진통제로 사용되는 모르핀 합성까지 보고되면서 합성생물학 기술에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Oye et al., 2015). 식물에서 합성생물학은 일반적인 선발이나 관행육종으로는 달성하기 곤란하거나 화학적 합성이 어려운 복잡한 구조의 고부가 기능성물질 생산에 활용할 수 있다(Goold et al., 2018). 대사물질의 효율적 생산을 위한 유전자 발현 조절은 대부분 RNA 간섭을 이용한 유전자 침묵과 프로모터의 추가 삽입에 의한 유전자 과발현 기술을 통해 이루어졌으나 최근에는 유전자 다중발현 기술과 특정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은 유전자 발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Binder et al., 2014; Park et al., 2019).
이러한 기술은 식물에 환경 스트레스 내성을 부여하거나 질소비료 저감 및 병저항성 작물 개발 등 농업분야에 적용할 수 있으며(OECD, 2014), 기능성 바이오소재, 바이오 연료 생산에 적합한 생명체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Table 2). 인간게놈프로젝트를 주도했던 Craig venter는 1.08 Mbp 크기의 세균(Mycoplasma mycoides) 유전체를 인공적으로 합성한 뒤 이종세포(M. capricolum)에 도입하여 유전체 정보가 정상적으로 구현되는 새로운 생명체를 2010년에 개발하였으며(Gibson et al., 2010), 이후 492개 유전자로 구성된 인공생명체에서 생육과 증식 기능의 원활한 작동을 보고한 바 있다(Pelletier et al., 2021). 비록 식물의 복잡한 대사경로와 구조로 아직까지는 초기 연구단계이지만 식물에서 상호 교환 가능한 부품 개발과 유전자 조립 및 네트워크 조절 개선을 통해 미생물 개발에 사용된 세포 설계 원리와 개념은 인공식물체 개발에도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Lu et al., 2009).
식물에서의 합성생물학 활용 가능 분야
작물 생육 및 생산량 증진
2050년 전세계 인구가 97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충분한 식량공급을 위해서는 작물 수확량은 향후 30년동안 2배 이상, 생산량은 연간 2.4%씩 증가되어야 하지만 도시화에 따른 경작지 감소, 작물의 수확량 증가율 정체로 먹거리 부족과 식량 안보 해결을 위해서는 혁신적 농업기술 개발이 필요하다(Ray et al., 2013). 1970년대 이후 비료와 농약의 공급과 적절한 물 관리를 통한 작물 생산량 증대 전략은 생물학적 한계에 도달하여 주요 작물의 수확량 개선은 둔화되거나 정체되고 있다(Long et al., 2015). 또한 작물 수확량은 다양한 환경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으며, 광합성 관련 효소의 유전적 다양성은 제한되어 있어 관행육종을 통한 광합성 효율 향상은 한계가 있다(Ort et al., 2015). 따라서, 세계 인구의 증가와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문제는 합성생물학 기술을 이용한 작물 생산량 증대와 광합성 효율 증진 및 개선을 통해 작물의 유전적 잠재력을 극대화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Ainsworth and Long, 2005; Vavitsas et al., 2019).
최근 광합성 맞춤형 효소를 포함한 탄소고정 과정의 최적화를 통해 광합성에 관여하는 일련의 화학반응을 재설계한 결과, 기존 캘빈 회로보다 37배 효율이 높은 CO2 고정 회로(Schwander et al., 2016)가 보고되었으며, 인공엽록체 개발을 통해 광 조건에서 에너지와 유기물 생성이 가능하게 되었다(Schwander et al., 2016; Miller et al., 2020). 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가상의 공간에서 광합성 관여 유전자 선발, 단백질 조절 최적화와 반응속도 예측 시험이 가능해짐으로써, 광합성 효율 개선에 빠른 발전이 예상된다(Zhu et al., 2016). 또한 미세조류와 광합성 미생물에서 광범위한 광 파장을 흡수할 수 있는 식물의 엽록소 대체 색소 탐색과 효율적인 전자 전달을 유도하는 광계 시스템 재구성을 통해 태양에너지를 최대 20% 더 사용가능 할 것으로 예상된다(Blankenship et al., 2011). 옥수수와 같은 C4 식물은 유관속초세포가 발달하여 C3 식물에 비해 광합성 효율이 높은데, 밀과 벼에서 광합성 효율을 높일 수 있는 C4 식물로의 개량을 위하여 유관속초세포와 같은 독특한 해부학적 구조와 C4 광합성 대사조절 유전자를 도입하거나, 오늘날의 CO2 농도 환경에 적합한 탄소고정 효소의 기질 특이성 개선과 광 호흡에 의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함으로써 생산성을 증진하려는 연구가 추진되고 있다(von Caemmerer et al., 2012; Amthor et al., 2019).
비료 사용 저감 등 저탄소 농업 실천
합성비료 사용은 농업 생산성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해왔으나 작물의 낮은 질소 이용 효율로 인한 지하수 오염과 막대한 에너지 투입에 의해 생산된 비료 사용은 지속 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저비료 재배환경에서도 충분한 수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작물의 양분 이용과 흡수 등을 증진시킬 수 있는 신기술 개발이 필요하다(Rogers and Oldroyd, 2014). 그동안 식물의 질소나 인 이용 효율성을 개선하려는 시도는 주로 양분의 흡수, 분배와 같은 개별 요소를 유전적으로 조절하는데 중점을 두어 한계가 있었다(Roell and Zurbriggen, 2020).
콩과 식물은 뿌리혹박테리아와의 공생 체계 구축으로 토양내 질소 분자를 암모늄 이온으로 환원시킴으로써 식물이 필요한 질소량의 30 - 70% 정도를 자체적으로 얻을 수 있어 식물과 근권미생물간의 상호작용에 의한 뿌리혹 형성과 뿌리혹내 질소 분해 효소의 활성화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Mus et al., 2016). 최근에는 질소시비량을 줄이고 대기중에 풍부한 질소를 식물이 이용하도록 미토콘드리아에서 질소고정 과정을 구현하거나 식물과 질소고정 미생물과의 원활한 공생을 위한 식물호르몬 조절 연구가 보고되었다(Ryu et al., 2012; Bailey-Serres et al., 2019). 또한 보리 유래 전사인자로 식물체 지상부의 당 대사 흐름을 변경함으로서 종자의 전분 생산 증가와 메탄가스 생성을 억제하는 작물은 향후 농작물 재배 시 대기중 온실가스 배출 저감 도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Su et al., 2015).
식물 유래 기능성물질 생산
비타민 A의 전구체인 베타-카로틴을 생산하는 황금쌀은 작물이 보유한 영양학적 가치와 기능성 증진에 대사 공학이 활용된 대표적인 사례이다(Potrykus, 2001). 2021년 필리핀에서는 어린이들의 실명을 유발하고 심각한 경우에는 사망에 이르게 하는 비타민 A 부족에 대한 해결책으로 황금쌀 재배를 승인하였다(Teng, 2021). 합성생물학 기술은 기능성물질 생산에 필요한 다중 유전자 발현과 대사 경로 조절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카로티노이드 등 색소 유전자 발현을 통해 베타카로틴, 지아산틴, 아스탁산틴 등 다양한 기능성 물질을 생산하는 쌀외에도 RNA간섭 기술을 통해 유채의 다중불포화지방산 함량을 낮추고 올레산 함량을 증진시킨 사례도 있다(Ha et al., 2019; Lee et al., 2021b).
최근 유전자가위 기술의 발전은 식물이 가진 불필요한 형질이나 인간에게 해로운 물질을 생산하는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편집하는데 활용되고 있다(Roell and Zurbriggen, 2020). 밀에 포함된 글루텐 단백질은 제빵, 제과의 가공 적성과 식감 유지에 중요하지만, 밀가루 알레르기나 만성 소화 장애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어 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서는 글루텐 미함유 식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Rosell and Matos, 2015). 최근 밀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주요 항원인 글리아딘에 표적 돌연변이를 유도한 유전자편집 밀은 향후 식품 산업시장에서 우수한 원료 소재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Jouanin et al., 2020).
식물 기반 의료용 단백질 생산
식물 기반의 유용 바이오소재 생산 플랫폼은 백신, 면역 치료제 등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식물에서 생산된 뉴캐슬바이러스 동물 백신은 미국에서 2006년 상용화 되었으며, 희귀 유전질환인 고셔병 치료제는 2012년 미국식품의약국에서 식물 유래 인체 치료제로 최초로 승인을 받았다(Takeyama et al., 2015). 또한, 인플루엔자 백신의 안전성 및 유효성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어 식물에서 다양한 의약용 소재의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었다(Yusibov et al., 2015).
식물 기반 백신 생산 플랫폼은 기존 동물세포를 배양하는 것보다 저비용으로 신속 대량생산이 가능하며 특히 내독소 생성이 없어 인체 및 동물에 안전한 다양한 의약품 원료 생산에 적합하다(Dirisala et al., 2016). 식물에서 의료용 단백질 생산을 위한 유전자 부품과 재설계된 모듈 검정은 간편하고 유용한 수단인 일시 발현 기술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식물 형질전환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용되지만 담배(Nicotiana benthamiana)를 이용한 일시 발현 시스템은 형질전환 아그로박테리움을 담뱃잎에 주입하여 단기간 내에 특정 유전자의 기능 분석이 가능하여 식물에 도입된 유전자 회로 산물의 정상적인 작동을 확인하는데 높은 신뢰성을 보여준다(Sainsbury and Lomonossoff, 2014). 관련된 기술은 아직까지는 기초단계이지만 고부가 의료용 소재 생산에 합성생물학 기술이 성공적으로 구현된다면 농업의 부가가치 향상뿐만 아니라 바이오소재 산업의 혁신적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합성생물학 정책 동향 및 규제 논의
주요 기술 선진국은 농업분야에 합성생물학과 첨단 바이오기술을 접목하는 연구개발을 강조하고 있으며, 이에 따른 후속조치로 적극적인 R&D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이다(Table 3). 우리나라도 2017년 생명공학육성 기본계획에서 합성생물학을 생명공학 핵심기술로서 선정하고 시스템·합성생물학 및 대사공학 분야의 원천기술 확보를 통해 바이오경제 시대를 주도하는 글로벌 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였다. 중장기적 정책 마련과 함께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서는 기능성 물질/원료 발굴·생산 및 기능성 농생명체 개발 등의 연구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국가주도의 투자와 사업 발굴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2010년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전문가회의에서 합성생물학 등의 신기술이 차세대 바이오 연료 개발과 농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처음으로 언급된 이후, 과학기술 선진국과 국제기구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합성생물학에 대한 생물안전 규제가 논의 중이다(Li et al., 2021). 기술선진국들은 합성생물학 산물의 위해성을 기존 유전자변형생물체를 규제하는 사전예방원칙에 따라 관리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이지만, 개발도상국들은 기존 규제체계만으로 위해성을 관리할 수 있을 지 의문을 제기하며, 합성생물학 산물에 대한 구체적인 생물안전 확보 방안과 함께 각국의 고유한 유전자원이 자산으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생물정보의 무분별한 이용을 제한하도록 합성생물학 산물의 범위를 명확히 하는 새로운 관리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Ryu, 2020; Park, 2021). 합성생물학 산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환경과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에 따라 2014년 12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생물다양성의 보존에 당사국과 각국 정부에 사전예방적인 접근을 촉구하면서 합성생물학 산물의 환경방출과 효과적인 안전성 평가체계 구축 방안이 논의되었다(Keiper and Atanassova, 2020). 14차 당사국총회에서는 바이오안전성의정서에 따른 위해성 평가 방안이 수립된 이후 합성생물학 산물의 환경 방출을 고려하고, 합성생물학 기술에 대한 주기적 현황 조사와 잠재적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위험관리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였다(Reynolds, 2021). 바이오안전성의정서에 대한 각국의 입장차이가 존재하는 가운데 개발자들은 합성생물학 산물이 유전자변형생물체와 동일하게 취급되면 연구개발뿐만 아니라 관련 산업 발전에 장애가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농식품과 의료용, 산업용 소재 생산에 활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됨에 따라 합성생물학 기술에 대한 사회적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유전자변형생물체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 상황을 고려하면, 합성생물학 기반의 농생명체 개발과 산업분야에서의 활용은 소비자의 수용성 확보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이루어져야 가능할 것이다.
우선적으로 농업을 포함한 바이오산업에 적용될 합성생물학이 인체 및 환경에 미치는 위해성을 과학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생물안전성 평가 기술이 개발되어야 한다. 기존 유전자변형생물체 위해성평가는 오랫동안 경험한 생물체와 도입유전자 정보를 바탕으로 유전자변형생물체가 비변형생물체만큼 안전하다는 실질적 동등성 개념을 적용하여 이루어진다(Oh et al., 2022). 그러나 다양한 생물체에서 유래한 유전자로 합성된 생명체나 복잡한 상호작용을 활용해 만들어진 합성생물학 산물은 새로운 특성을 비교하여 평가할 대상이 명확하지 않아 현재 기준으로 위해성을 판단하기가 모호해질 수 있다. 따라서, 합성생물학 산물의 인체 및 환경위해성 평가 시 생물안전과 생물보안 측면을 신중히 고려하여, 충분한 독성학적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독성평가를 보완하거나 합성생물학 산물의 비의도적 환경방출 방지와 철저한 격리를 위해 유전자이동성의 평가항목 추가와 모니터링이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요구되고 있다(Ryu and Park, 2020; Park, 2021). 추가적으로 합성생물학 기술 활용에 대한 생명윤리 측면과 사회적 수용성 논의를 위한 과학자, 소비자, 규제 담당자 등 이해 관계자간 소통 활성화가 이루어져야 한다(Lee et al., 2021a). 아직까지는 기초연구 수준이지만, 우리나라 농업을 포함한 바이오산업의 가치 증진을 위한 도구로 식물 합성생물학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고속화, 대량화 및 비용절감 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사회적 합의에 필요한 사항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는 노력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Conclusion
생물체의 유전 정보와 첨단 생명공학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합성생물학은 공학적 접근방식을 통해 유전자 구성요소를 부품처럼 활용하여 새로운 인공생명체를 제작하거나 기존 생물체에서 미량으로 존재하는 유용 물질을 더 쉽고 대량으로 생산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바이오경제 시대에 접어들면서 전세계적으로 합성생물학 시장이 꾸준하게 확대되고 있으며 연구개발 및 관련 산업의 투자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의약학, 화학, 에너지 산업분야에서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의 융복합을 통해 생명공학기술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서 막대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농업의 현안 해결과 지속 가능한 농산업 발전을 위해 작물의 생산성 증진, 저탄소 농업 실현, 가축질병 예방을 위한 백신 개발, 고부가 바이오소재 개발에 활용할 수 있으며, 이를 원활히 추진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합성생물학 규제 논의가 국제적으로 진행되고 있어 국내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고 농업, 의료 및 관련 산업 발전에 저해되지 않도록 규제 중심의 관련 제도들을 재정비하는 선도적 대응이 요구된다. 또한 소비자의 안전성 우려를 해소하기 위하여 안전성 평가기술 개발과 명확한 과학적 근거를 사전에 준비하고 안전관리 체계 수립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함께 이루어진다면 합성생물학 기술은 글로벌 바이오 강국 실현에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다.